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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 생계비 예산 삭감을 규탄한다

난민인권센터 2024. 6. 20. 13:11

2024 세계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 생계비 예산 삭감을 규탄한다

 

난민생계비지원제도는 난민신청자 생계지원에 관한 유일한 제도이다. 한국에서 난민심사를 받는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난민신청자들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알려진 현실임에도 정부는 2024년 난민 생계비 예산을 20% 삭감하였다. 2024년 난민생계비 예산은 5억 6,809만 6천원으로 400명에게 약 43만원씩 3개월 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난민인권센터에서 지난 5년 간(2019-2023) 법무부 난민관련 예산을 모니터링 해온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까지 난민생계비지원으로 8억원 가량의 예산을 잡아왔다. 이는 590명에게 약 43만원씩 3개월 가량 지급하는 수준으로, 난민신청 후 6개월 간 취업허가도 받을 수 없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유일한 생존수단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생계비 예산은 매년 잘 집행이 되지도 못하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재난지원금도 받을 수 없어 심각한 생계의 위협을 받았다. 그럼에도 유일한 제도인 생계비지원제도는 난민신청 후 6개월 간만 지급이 가능했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국내 입국 길이 막히고 또한 출입국에의 접근이 막힘에 따라 난민신청 건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2021년 생계비 예산의 집행률은 6.2%에 불과하였다. 한편, 최근인 2022년에는 난민신청자의 숫자가 1만 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하였지만, 생계비 예산 8억 3,936만 2천 원 중 29%만이 집행되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난민 신청자의 1.5%만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생존의 어려움을 겪으며 생계비를 필요로 함에도 이에 대한 정보제공이 없고, 절차의 안내와 행정적인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을 위한 정책 부재로 인해 매년 생계비 집행이 잘 되지 않아왔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국내 입국의 어려움으로 감소된 난민신청과 생계비지원은 충격적인 예산삭감의 결과로 이어졌다. 2023년 생계비예산이 1억원 가량 감액되었고, 2024년에는 여기에서 1억 4천만원(약 20%) 이상 더 감액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대량학살등 등 국제 분쟁상황의 악화는 국내 난민신청의 증가로 이어져 2023년 한국의 난민신청 건수는 18,838건으로 난민제도 운영이후 최대를 기록하였는데, 난민 생계비예산은 난민법 시행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난민신청자 생존에 관한 책임을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협약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고 국제 인권법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가는 난민 인정 절차 전반에 걸쳐 비호신청인에게 적절한 생활수준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비호신청인과 난민의 법적, 물질적, 신체적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억제적 정책 및 관행을 비롯한 국가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이들이 위험을 마주하게 될 영역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 실질적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는 상황 역시 구조적 강제송환(constructive non-refoulement)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과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비호신청인에 대한 부족한 현금 지원은 인간의 존엄성에서 비롯되는 최소한의 생존에 대한 기본권과 양립할 수 없다고 보면서 이러한 권리는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보장되어야 하고, 정부는 원칙적으로 거주자격에 따라 기본적인 사회 보장 혜택의 대상을 차별해서는 안되며, 입법부는 항상 사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필요성에 따라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비호신청인에 대한 생계비 지원은 단순한 시혜적인 조치를 넘으며, 특히 취업허가가 부여되지 않는 첫 6개월 동안은 생존권 보장을 위한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난민신청자의 기본적 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부가 생계비지원제도를 형식적이고 행정편의적으로 운영함에 따라 많은 난민신청자들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생존의 극한상황에 놓인다. 그럼에도 예산을 삭감하는 등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를 규탄한다. 난민 생계비가 다른 난민신청자 처우제도와 함께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생계비 예산을 정상화하라. 생계비가 필요한 난민신청자에게 신속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생계비 신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절차의 편의성을 보장하라.

 

2024년 6월 20일

 

김그루, 김김정현, 김보미, 김연주, 김영옥, 김유빈, 김지혜, 김진수, 김현미, 류현정, 박경주, 박수정, 송유중, 오아령, 이담인, 이미경, 이수빈, 이유민, 이정은, 이현신, 이현주, 이혜진, 최미랑, 최미리, 최영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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