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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위헌적인 장기구금을 지속하게 하는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난민인권센터 2024. 5. 21. 14:44

난민신청자가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받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경우, 난민인정신청을 철회하고 자진출국하지 않는 이상 보호명령의 법적 한계를 벗어난 심각한 장기구금이 발생해 왔다. 난민신청 및 소송 진행 등 강제퇴거집행이 불가능한 사유만 있으면 구금의 계속성에 대한 판단 없이 구금 기간이 기계적으로 연장되어왔다. 헌법재판소는 현행법상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의 보호기간에 상한이 정해지지 않고 보호기간의 연장 등에 대하여 중립적 기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원칙 및 적법절차원칙의 위배를 사유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0헌가1).

 

후속조치로서 정부가 2024. 4. 11.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이하 ‘입법예고안’) 은 강제퇴거 집행을 위한 보호에 18개월의 상한을 규정하였으며, 특정한 경우 18개월의 범위에서 계속 보호할 수 있도록 하여 총 36개월(3년)의 구금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특정한 경우를 ① 국가보안법 위반의 죄를 범한 사람, ② 테러방지법 위반의 죄를 범한 사람, ③ 테러자금금지법 위반의 죄를 범한 사람, ④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국교에 관한 죄, 공안을 해하는 죄를 범한 사람, 또는 ⑤ 그 밖에 공공질서 및 국민의 안전을 해하는 범죄로서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범죄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송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송환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지만, 자의적 적용 및 오남용의 우려가 크다.

 

그 가운데 ‘그 밖에 공공질서 및 국민의 안전을 해하는 범죄로서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범죄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송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송환이 불가능한 경우’의 사유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쳤거나 해칠 우려’를 난민불인정결정 사유에 추가하고, 난민인정자의 난민인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2023. 12. 13. 입법예고)과 함께 난민인정자을 장기구금하고 궁극적으로 강제송환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한편, 실무상 행정청은 난민신청자와 인도적체류자(이하 ‘난민신청자 등’)는 통상적인 외국인 사범심사기준에 따라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발령하고 있다. 즉 강제퇴거명령 발령단계에서는 난민인지 여부(송환가능여부)를 심사하지 않고, 강제퇴거명령의 집행만 하지 않는다면 강제송환금지의무에 반하지 않고, 난민인정심사절차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퇴거명령의 집행을 유예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그간 난민신청자 등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보호명령이 발령되었고, 장기구금을 통한 사실상의 송환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일부 판결(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난민지위에 관한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실제로 하지 않는다면 소송 종료 전에 강제퇴거를 명할 당장의 실익을 찾기 어렵고, 다만 이를 전제로 보호명령을 발령하여 난민신청자가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정된 경우 강제퇴거의 집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장래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난민인정신청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강제퇴거명령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난민신청자의 불이익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등법원 2014. 10. 7. 선고 2013누52638 판결 등)”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즉, 보호의 개시단계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가 예정된 난민신청자 등에 대하여도 특별한 고려 없이 보호명령이 발령되고 있기 때문에 난민신청자 등의 경우 입법예고안 대로 입법될 경우 18개월 간 장기 구금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앞서서 오남용의 우려가 있는 ‘특정한 사유’에 해당될 경우, 난민신청자 등은 ‘송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송환이 불가능한 경우’의 조건에 해당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의 재량에 따라 3년의 장기구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보인다.

 

이것은 구금의 개시와 구금의 계속이 적정한가에 대한 중립적 기관의 통제절차가 없음으로 인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의견서에서도 지적하듯 입법예고안은 다시 한번 법무부 소속으로 ‘위원회’를 두어 보호에 관한 이의신청 등을 심의하겠다고 하고 있어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난민신청자는 구금된 상태에서는 충실한 난민심사를 받을 수 없다. 증거자료의 수집, 통번역, 활동가 및 변호사의 조력, 재판 출석 등 난민인정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 절차적 보장이 미흡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절차가 진행될 수 없고, 출입국은 그 무의미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집행을 확보한다는 목적만으로 난민신청자를 장기구금하는 형국이다. 한국은 첫 난민심사를 받기까지 평균 1-2년 가량(2023년 1차 심사 결과 평균 대기 기간은 12.1개월이었고, 5년을 대기해야 한 사례도 있었다. [통계] 난민 심사 현황 (2023.12.31기준)) 대기해야 하고, 비록 구금된 난민의 경우 우선심사대상자로 분류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연되는 절차로 인해 구금은 장기화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난민신청자의 경우 강제퇴거명령 발령단계 또는 구금 개시단계에서부터 송환가능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되어 구금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출입국 관리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고, 구금이 개시된 이후에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난민심사의 충실한 진행을 위해서는 주거지 제한, 보증금제도, 감독관 제도 등을 마련해 난민신청자를 지속적으로 관찰 및 감독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향후 집행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더더욱 구금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목적으로 일시적·잠정적으로 수용하는(출국을 대기하는) 조치여야 하고, 당장의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구금대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참고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구금상한과 관련하여 20일(40일의 범위 내에서 두 차례 연장 가능, 제13703호, 2023. 10. 4. 박주민 대표발의), 120일(제22466호, 2023. 6. 2. 이인영 대표발의), 6개월(최대 12개월, 제22574호, 2023. 6. 12. 조응천 대표발의)  등 정부의 입법예고안보다 짧은 기간들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입법예고안은 보호해제 외국인의 체류와 취업 등의 처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고, ‘법령에 반하는 취업’ 등을 하는 경우 재구금을 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생존에 대한 압박은 결국 송환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정부는 허가 없는 노동을 방관 또는 용인하면서 이에 대해 단속하고 반복적인 재구금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기한 구금이 허용되지 않게 됨에 따라 구금상한에 다다르면 적극적으로 보호해제를 하기보다는 강제퇴거집행의 시도가 강도높게 이루어질 것이 예상되는데, 과거에 무리하게 호송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듯(코리아헤럴드 2015. 11. 18. 자 기사 “[단독] 난민신청자, 강제송환 중 인천공항서 사망… 과잉대응 있었나?) 이 과정에서 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 반인권적인 방식의 집행 등이 감행될 수 있을 것이다. 입법예고안 제63조 제3항에서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출국거부를 하는 경우 ‘직접 국외로 호송하거나 선박을 임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의 출국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나, 집행과정에서 가혹행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장치에 대해서는 아무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 우려가 된다.

 

입법예고안은 현행제도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피보호자의 기본권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개정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은 현행 제도운영과 마찬가지로 위헌적인 장기구금을 무기한 반복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확인하고 있듯 구금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목적으로 일시적·잠정적으로 강제퇴거대상자를 특정 장소에 수용하는 조치이고, 그렇기 때문에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기간 내에 수용할 때에만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상당한 기간 내에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 구금이 아닌 대안으로 집행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무부는 입법예고안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에 귀 기울여 인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립· 운영하라.

 

202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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