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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및 이주아동에 대한 가정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대회

난민인권센터 2023. 4. 14. 12:08

230427_이주여성_및_아동에_대한_가정폭력_실태조사_자료집토론문추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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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한국사회에 이주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에 대한 지원도 제도적 체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도에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이주여성 폭력피해상담소가 전국적으로 개소되었다. 그러나 이주여성폭력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체계가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이주여성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결혼이주여성이 아닌 다양한 체류자격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정폭력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고, 정책의 공백상태에 놓여있게 되었다. 

한국사회에 체류하는 이주여성의 숫자는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9년에는 1,178,521명에 달했다. 그 중에서 결혼이주비자로 체류하는 여성은 106,786명으로  9%였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은 한국국민의 배우자로 표상화 되어 있다. 한국국민과의 가족구성만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한국국민과 그의 배우자로 이루어진 가정이 아닌 다양한 배경의 가족구성들이 존재한다. 본 연구는 한국국민과의 결혼이 아닌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피해상황을 경험하고  지원하면서 이주여성들이 갖고있는 다층적인 상황과 이를 반영하지 않는 제도적 한계들을 경험해온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연구진들은 2022년 5월 초동모임을 가지며 외국국적자들로 이루어진 가정에서의 가정폭력을 지원했을 때의 경험들을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마주쳤던 한계들과 명료하지 않은 결말들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외국인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에 대해 기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들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폭력피해 당사자를 인터뷰한다는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다. 현재 깊은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당사자들을 찾고 피해상황을 물어보고 드러내는 것은 당사자들의 정서적 안정 및 사건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 피했다. 때문에 본 연구는 가급적 과거에 폭력피해를 경험한 당사자들을 인터뷰하였다. 또한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 안에서 가정폭력 경험을 쉽게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폭력피해를 경험한 지인이 있다는 이주여성들도 인터뷰하며 그들의 경험과 의견도 청취했다. 더불어 외국인 가정내 가정폭력을 상담하고 지원한 경험이 있는 상담활동 종사자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경험한 사례와 상담 과정에서의 고민과 의견들을 기록하였다. 

 

해당 연구는 한정된 상황 속에서 특히 종속체류자격의 이주여성과 미등록 이주여성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다. 

 

종속체류자격이란 당사자의 체류비자가 배우자의 체류비자에 종속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 체류자의 ‘동반가족’이기에 주어지는 비자로 “주 체류자와의 관계가 소멸하거나 주 체류자의 체류기간이 종료하면 그의 외국인 배우자의 체류자격도 종료”(남서울이주여성상담소,2021)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f-1(방문동거) 자격 소지자와 f-3(동반)자격 소지자의 사례를 담았다. 또한 주 체류자의 체류 비자 소멸이 명확하게 배우자의 비자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난민신청자 가족들의 경우 이주여성의 난민신청의 주 사유가 남편인 배우자가 처한 상황에 있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같은 난민신청자 비자(g-1-5)이거나 인도적체류자 비자(g-1-6)라도 체류상태에 권력관계가 발생된다는 측면에서 넓은 의미의 종속체류자격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또한 종속체류자격이 아니더라도 이주여성의 가족구성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에 의미가 있는 사례는 연구에 일부 포함시켰다. 

 

연구를 통한 정책제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이주민들이 처한 체류의 불안정성 속에서 무엇이 이주여성에게, 그리고 이주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인건지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기는 어려웠다. 특히나 가정폭력 피해로 인한 가해자의 처벌은 이주민의 경우 한국에서의 강제퇴거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사자에게는 원치않은 가족해체의 결과가 생기기도 하고, 이주아동의 경우는 과중한 죄책감의 무게가 씌어지기도 했다. 연구진들은 정책제언에서 성급한 제언을 하기 보다는 고민스러운 영역은 드러내고 앞으로의 논의로 남겨두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본 연구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한국사회의 다층적 상황의 어려움에 처한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피해와 지원방법이 논의될 수 있는 작은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연구에 쉽지 않을 이야기를 기꺼이 나누어준 당사자들, 당사자들의 지인들, 그리고 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의 경험의 기록들이 한국사회의 이주여성의 인권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키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