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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태국-버마 국경 난민촌에서의 정보소통 문제

난민인권센터 2016. 8. 9. 12:47

※난민인권센터에서는 국내 난민 현황에 더해 해외 각지에서 전해오는 난민들의 삶과 이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소식을 전합니다


태국-버마 국경 난민촌에서의 정보소통 문제

 

지난 몇 년간 송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태국 난민촌에 머무르고 있는 난민들에게 정보 소통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 카렌족인 약 11만 명의 난민촌 거주자들은 태국-버마(미얀마) 국경 지역에 위치한 아홉 개의 캠프에서 살고 있다. 이곳의 원조 프로그램들은 송환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구호 단체들은 버마의 상황이 아직 적극적인 송환을 추진할 정도는 아니라는데 일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재정 지원 감축으로 인한 캠프 내 서비스 축소로 초래된 공식적인 정보 부족과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난민들은 미래에 대한 선택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믿을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카렌족 난민 위원회는 20126월 송환에 관해 열린 첫 번째 워크샵에서 가장 우선 되어야 할 문제로 난민들과의 정보 공유가 보다 원활해져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UNHCR (유엔난민기구)과 난민촌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19개의 NGO들의 업무를 조정하는 태국 내 난민들을 위한 서비스 조정 위원회 (CCSDPT)는 난민들이 적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거나 요청할 수 있는 공식 경로가 부족함을 인정했다.

나는 2013년에 난민촌 내에서 소통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난민촌 거주자들의 인식이 특별히 송환 문제와 관련하여 거주 민족에 따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나와 이야기한 난민들 중 다수가 버마의 상황과 송환 계획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해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둔 한 여성은 자신이 어디로 보내질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정보도 없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난민들은 또 버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난민촌에 남아있어도 되는지 아니면 제 3국으로 이동해야 하는지 아니면 난민촌이 강제로 폐쇄되고 태국 정부가 200511월 신규 난민들에 대한 검문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후 도착해 재정착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도 송환이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 난민촌 거주자들은 정보를 단순히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송환 조건 협상에 대한 그들의 우려와 의문점들에 대한 의견이 반영되기를 원했다. 우리는 여기서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요. UN이나 NGO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어요. 그저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수 밖에는... 아무도 저희에게 해야 할 말을 할 기회나 권리를 주기 위해 얘기하러 오지 않습니다.’ (Mae La 캠프에 거주하는 노령의 남성)

난민촌 난민들이 언제, 어떻게 송환될 때 안전하게 느낄 것인지 아니면 송환 자체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이 문제를 비롯해 다른 문제들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며 이는 자발적인송환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송환 준비가 진척됨에 따라 난민들은 새 정착지와 일할 기회, 인권 보장, 지뢰 철거, 군부대의 위치, 그리고 난민촌에서 받은 교육과 직업 훈련이 버마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 필요성이 있다. Nu Po 캠프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운명을 소문을 듣고 결정한다면 잘못된 것이라는 거지요.’ Mae La 캠프에 거주하는 한 젋은이도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난민들은 올바른 정보를 알 권리가 있어요. 그렇지 못하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될 것이고 삶은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주요 정보원

난민촌에서의 정보는 권위에 근거한 상하 구조를 따라 흘러 난민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수월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한하기도 한다. 난민촌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구역회의와 확성기, 게시판은 모두 캠프 위원회에서 운영하며 원조 단체들이 거주자들에게 정보를 배포하는데 사용하는 주요 경로들이다. 실제로 이러한 장치들이 일관성 있게 기능하거나 모든 캠프의 모든 구역에 다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캠프 난민들이 느끼는 바는 이러한 정보 공유 방식은 난민촌에서 지켜져야 할 규칙이나 절차와 주로 관련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촌에 배포되는 정보를 통제하는 상하 구조의 상층은 원조 단체 관계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각 캠프 위원회에 전달되는 정보의 주요 공급처이고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그들의 결정은 캠프 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조 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정 사안에 대하여 전달되는 정보의 내용은 거주민들에게 알릴만한 적절한 것이지 자신들이 판단해 그 때 그 때마다 결정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거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에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정보가 추가적으로 문 앞에만 전달되는 경우가 또 생기게 되는데 바로 각 캠프 위원회가 원조 기구가 제공한 정보의 어떤 부분들을 구역 리더들에게 전달하고 다시 구역 리더들은 각 캠프 소속 난민들에게 전달할 것인지 결정할 때이다. 각 캠프 행정부들은 스가우어(Sgaw)를 쓰는 기독교계 카렌족이 지배해 왔는데 이들은 전체 카렌족의 3분의 1밖에는 차지하지 않지만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도 형편이 좋다. 또 캠프 위원회들의 대표성은 등록되지 않은 캠프 거주자들을 투표나 캠프 위원회 선거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다시 훼손된다. 이 문제는 특히 Mae La, Umpiem, Nu Po 캠프에서 두드러지며 이 곳에서는 상당 수의 미등록 난민들이 다수 민족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카렌족이 아닌 난민들은 카렌족이 캠프 내에서 혜택을 받고 있으며 그 외의 민족들은 소외되어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종종 말해왔다. 따라서 원조 단체들은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각 캠프 거주자들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

한 가구당 한 사람만 구역 회의 참여가 허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참석하는 가족 구성원 또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정보에 대해 상당한 통제를 행사한다. 20대 중반의 여성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2005년 재정착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UNHCR이 실시한 짧은 등록 기간에 대한 정보를 다른 가족들로부터 감췄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언젠가 카렌족 국가로 안전하게 돌아갈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다른 가족들도 자신과 함께 돌아가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등록 마감일이 지나 그들의 처지를 알릴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밝혀진 확실한 점은 정보 전달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난민들은 적시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구역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난민들은 문맹이며 카렌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확성기가 고장 나거나 아니면 잘 들리지 않거나 아예 없는 지역에 살고 있어 구조적으로 보다 정보를 잘 들을 수 있는 윗 단계의 사람들로부터 말로 전해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가장 경제적으로 취약한 세대의 구성원들은 생계를 꾸리기에 정신이 없어 구역 회의에 참석할 틈이 없다. 한 젊은 여성은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먹고살기 바빠 어머니가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이다. ‘저희는 밖으로 나가 마을에서 일하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 못해요.’

게시판에 적힌 내용이나 인쇄물의 경우 캠프 난민들의 문맹률이 높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가 제한적이다. 그리고 각 캠프의 민족 구성 비율에 따라 보통 카렌어나 버마어 또는 영어 중 한 가지 언어로만 인쇄된다는 것도 문제다.

일부 거주자들은 독자적으로 정보를 얻으려 하지만 뉴스 미디어나 통신 기술에 대한 접근이 매우 제한적이라 어렵다. 다른 정보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소문의 공유는 난민들이 함께 의미를 두고 고민하는 한 방법이 되었다.

이 연구의 현장 조사가 마무리된 후로 CCSDPT는 카렌족 난민 위원회와 함께 정보 공유에 대한 모델을 개발했다. 각 캠프 거주민들로부터 발탁되어 구성된 캠프 정보팀들은 이제 일곱 개의 카렌족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카렌족 난민 위원회는 공동체 조사, 공동체 포름, 가정 방문, 사무실 내에서의 DVD 시청, 전단지 배포 등 다양한 정보 배포 활동에 대해 팀들을 교육시키는 책임을 맡고 있다. CCSDPT는 기술과 자금을 지원한다.

 

결론

태국-버마 국경 지역 난민촌에서의 정보 공유를 둘러싼 문제들은 원조 단체들이 전통적으로 원조 역량을 물리적인 필요에만 집중하고 정보와 소통은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에서 비롯되었다. 원조 단체들이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실패한다면 난민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될 뿐만 아니라 난민들이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는데 장애가 될 것이다. 더욱이 원조의 수혜자들이 정보 접근권을 갖게 되고 원조 단체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며 이는 원조의 설계와 실행, 관계 형성, 책임감, 투명성과 신뢰가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정보 제공은 캠프 거주자들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신중하게 계획되어 사회 불평등이 지속되거나 악화되어 더 소외시키거나 권리를 박탈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 십 년 동안 여러 원조 기관들이 소통을 위기 상황에 처한 공동체들의 기본적인 요구로써 또 각 부문에 걸쳐 원조 활동의 질과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적해왔다.


원문기사: 빅토리아 잭(Victoria Jack)

http://www.fmreview.org/solutions/jack.html

번역: 장유진 (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김지예 (난민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