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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의 맥거핀 세상, 인간은 끊임없이 희롱당한다 세상을 향한 희롱, 알프레드 히치콕의 맥거핀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 연출을 하면서 맥거핀 기법을 즐겨썼다. 맥거핀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일종의 트릭" 프랑스의 유명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인터뷰를 가지면서 '맥거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문답은 그의 인터뷰 모음집 에도 잘 나와있다. 두 사람이 스코틀랜드행 열차를 타고 가다가 한 사람이 선반 위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한다. A: 선반 위의 저것은 무엇입니까?B: 저것은 맥거핀입니다.A: 맥거핀이 뭡니까?B: 스코틀랜드 고지대에 사는 사자를 잡기 위한 도구입니다.A: 스코틀랜드 고지대에는 사자가 없는데요?B: 아, 그러면 맥거핀은..
어설픈 휴머니즘에 가려진 진실의 문 <호텔 르완다> #1. 이간지계(離間之計) 잠시 를 기억해보자. 적벽에서 유비와 손권 연합군에게 패배하고 돌아온 조조에게 또다른 우환거리가 있었다면 서북방을 차지하고 있던 마초와 한수의 기병군단이었다. 마초와 한수는 힘을 합쳐 조조군을 공격한다. 한수는 마초의 아버지 마등과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마초가 '작은아버지'라고 부르던 사람이다. 마등은 조조에 의해 비참하게 죽었다. 마초와 한수는 원수를 갚자며 굳게 뭉쳐 있었고, 조조는 그들의 공격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결론은 마초와 한수를 갈라놓아야 한다는 것. 골머리를 앓는 조조 앞에 모사 가후가 나타난다. 가후는 기 막힌 계략을 들고 왔다. 한수에게 편지 한 통만 보내면 된다는 것이다. 편지의 내용은 조조가 한수에게 평범한 안부를 묻는 것이었지만, 중요한 단어가 ..
<터미널> 속에 숨겨진 입국거부자의 잔인한 현실 #1.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Mehran Karimi Nasseri) 조국에 쿠데타가 일어나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됐고 해당 국가 출신 입국자도 졸지에 무국적자가 돼 공항에서 지낸다는 줄거리의 영화 의 모티브는 실화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18년(1988년 8월~2006년 7월)을 지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Mehran Karimi Nasseri)의 이야기다. 그의 기구한 인생유전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1. 영국 브래포드 대학에서 3년간 유학생활하며 팔레비 정권에 저항2. 1975년에 유학비용 장만을 위해 테헤란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가 붙잡혀 감옥에 투옥된 후 3~4개월 뒤 추방 (여기까지는 그의 증언이다)3. 서독, 네덜란드, 프랑스, 유고슬라비아, 이탈리아, 영국 등에 망명 신청했..
<영화 대 영화> 진실을 향한 먼 길, A.I vs 아일랜드 #1. 끔찍한 미래, 그 이후 지극히 많은 이유들로 인해 지구의 미래는 가끔씩 암담하게 예측된다.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상의 이상변화, 복제인간과 로봇의 탄생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문제될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들 등, 영화에서는 꽤나 오래 전부터 제기된 고전들이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은 제작을 자신의 염원으로 여겼다. 어느 복제인간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지능공학의 미래 예시"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어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한 파트너로 선택했던 사람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그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꿈이었다고 한다. "제작 스탠리 큐브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은 시도를 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그의 염원을 잘 알았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
<이키루> 우리는 여전히 살고 있다 #1. 구로사와 아키라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 주인공들은 늘 고뇌한다. 뭔가 독특한 결함을 가진 주인공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고민하며 때로는 투쟁하다가 결국 그 고뇌 때문에 자멸한다. 대표작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결구도는 대체로 개인과 그를 둘러싼 환경의 대립이다.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운명에 대해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고뇌한다. 어머니와 작은아버지의 재혼과 아버지의 망령이 부탁한 작은아버지를 향한 복수 등, 환경은 햄릿으로 하여금 오로지 작은아버지를 향한 복수만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햄릿은 뜻을 이루려 하다가 파멸했다. 셰익스피어의 이런 세계관을 독특하게 받아들인 영화감독이 바로 구로사와 아키라였다. 집단주의가 강한 일본 사회에서 구로사와 아키라는 집단과 개인을 대..
<인생은 아름다워>, 아버지의 이름으로… #1. 레온 트로츠키삶은 원칙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특히나 정적에게 쫓겨 먼 곳으로 떠난 이에게 있어 원칙이란 닿을 수 없는 저 먼곳에 있는 아득한 것이다. 레닌의 사망 이후 스탈린에게 쫓긴 트로츠키는 저 멀리 멕시코에서 은신하고 있었다. 멕시코의 따가운 햇살을 느끼며 트로츠키는 레닌의 얼굴을 떠올린다. "자네의 영구혁명론은 들어보면 말은 그럴듯해. 하지만 현재 소련 현실에는 가당치도 않아."그러나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각오를 다졌다. 죽음을 예감한 시점에서도 그 각오는 변하지 않았다. "죽음은 신념을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독을 들이킨 소크라테스도 있었다. 확고한 신념만이 평생을 혁명가이자 사상가로 살아왔던 트로츠키에게는 유일한 생명줄이다.확고한 신념을 돌아보니 정신이 더욱 맑..
만화 [20세기 소년] 소외로부터 비롯된 절규 #1.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 이야기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어린이들은 밖에 나가 친구들과 뛰놀며 우정을 쌓았다. "밥 먹으러 들어오라"던 엄마의 외침이 왜 그리도 싫었던지 모르겠던 그 시절이 기억나실 것 같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어서 심심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시간가는 줄 몰랐을 것 같다. 얼음땡, 숨바꼭질,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등 놀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모험을 좋아하는 친구였다면 으쓱한 골목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안잡혀보겠다고 살금살금 숨어다니기도 했고, 가까운 곳에 습지나 풀밭, 개천이 있던 곳이라면 송사리라도 잡아보겠다고 물을 흠뻑 묻히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 손에 잡힌 잠자리들은 결국 죽어버렸다는 것은 기억하시는지? 그들이 좋은 곳으..
[단편소설] 난민 A씨의 일일 #1. 새벽 3시 50분의 반복 "탕!" A씨는 눈을 뜬다. 오늘도 역시 식은땀을 흘린다. 그 꿈이다. 오늘도 그 꿈을 꾸었다. 습관처럼 불편한 포즈로 몸을 구석구석 매만진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꿈에 이은 반복되는 행동이다. A씨는 시계를 보았다. 새벽 3시 50분이다. 문 틈이 살짝 열린 화장실의 불은 커져 있다. 아내가 곧 일하러 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새벽에 몰래 하는 일이지만 아내는 늘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A씨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낀다. 무엇을 위해 한국에 왔는지, 그 굳은 결심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일어났어?"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A씨를 바라본다. 아내의 미소는 슬프다. A씨가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음을 누구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