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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ata on Refugees

난민보도 가이드라인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난민은 재난이나 기아에 고통 받는 이미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1951년 난민의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과 한국의 난민법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으로 정의하나, 난민(難民)이라는 용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굉장히 포괄성에 덧입혀진 이미지는 편견을 양산할 우려가 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언론 역할의 중요성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난민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달할 때입니다. 이에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난민보도에 중요한 참조가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아래와 같이 제시합니다.

 

I. 난민의 정의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난민협약 및 난민법)

 

II.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보도에 대한 일반 준칙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1. 언론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한다.

가. 출신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체류 자격,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하도록 힘쓴다.

나.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 이주민이 한국문화에 동화․흡수되도록 유도하거나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강요하는 보도를 자제한다.

라. 이주민을 한국의 관점이나 기준으로 평가해 구경거리로 만들거나 동정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2. 언론은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가. 체류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에게 ‘범죄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는 용어 사용에 주의한다.

나. 이주노동자 등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전염병 원인 제공자 등으로 몰아갈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 이주노동자를 동정의 대상으로 삼거나 어눌한 한국어 표현 등에 주목해 웃음거리로 묘사하지 않는다.

 

III. 난민의 특수성

1. 박해의 위험성


난민은 기존의 사회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며, 언론은 그 이야기와 사실을 전달할 권리가 있습니다.(http://www.unhcr.org/publications/brochures/58e1ed994/reporting-on-refugees-guidelines-by-and-for-journalists.html) 그러나 난민은 박해의 위험을 피해 타국에 비호를 신청한 사람들임을 기억하십시오. 이 박해의 위험은 난민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해서 종결되는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한국에 와서 난민신청 했다는 것은 곧바로 난민으로서 보호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100명 중 약 3명만이 난민 인정받는 한국의 현실(출처:난민인권센터, 2018년기준 난민인정률 3%)에서, 대다수의 난민신청자는 난민으로 불인정 받고 본국으로의 귀환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 때 타국에서 난민신청을 했다는 사실은 귀환시의 본인뿐만 아니라,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도 박해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난민법 제17조 및 제47조에서는 난민 당사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난민 당사자의 동의 없는 주소, 성명, 연령, 용모, 그 밖에 난민신청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을 보도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그리고 이때의 동의는 당사자가 언론보도의 내용, 방향, 배포 범위를 명확히 설명받은 상태의 명시적 동의에만 한정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 통상적 언론보도와 달리 개인의 신원보호를 엄격히 하는 난민법령에 따라 형사처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은 제9장에서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주민 인권을 다루며,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동의가 없는 한 성명, 출신 등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라고 규정합니다. 한국에 난민보도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은 없었지만, 난민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규정에서 난민의 박해 위험성에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를 유추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2. 기존 사회의 난민에 대한 오해


난민은 타국에 비호를 요청하는 사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쉽게 부정적인 시선의 대상이 됩니다. 한국 내 난민이 이슈로 떠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해외의 부정적인 시선은 언론을 통해 그대로 수입되었습니다. 그 시선이 동정이든 두려움이든 배척이든, 언론이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을 아주 손쉽게 심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3. 일반화의 위험성

 

난민을 항상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이고 자립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묘사하지 마십시오. 마찬가지로,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체 난민신청자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도하지 마십시오. 사회부적응 등 부정적 사례를 보도할 경우에는 개인적인 문제 또는 그가 속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 북한이탈주민 분야 참조)

 

4. 장기적이고 성숙한 관점의 필요성

 

난민은 한국에 잠깐 머물다가 떠나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세계 곳곳의 상황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난민들의 희망을 꺼뜨리고 있습니다. 난민은 한국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또한, 세계인권선언 제 14조가 ‘박해를 피하여 다른 나라에서 비호를 구하거나 비호를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면, 제 13조는 ‘자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를 떠날 권리와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난민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그가 가진 권리이고 선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 보도는 지금 잠깐 일어나는 현상으로서의 보도가 아닌, 장기적이고 성숙한 관점, 난민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IV. 가이드라인

1. 당사자의 동의


당사자의 동의 없이 망명신청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망명신청자의 신원을 보호할 의무는 당사자의 난민신청단계와 상관없이 무기한으로 계속됩니다.( http://www.unhcr.org/publications/brochures/58e1ed994/reporting-on-refugees-guidelines-by-and-for-journalists.html)
여기서 당사자의 동의는 소극적인 수준의 동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난민이 해당 언론보도의 파급력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전제하지 마십시오. 특별히 언론이 제한된 역할만을 수행하는 국가 출신의 난민은, 그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국제 미디어의 영향과 방송 출연에 대한 결과를 제대로 예상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https://www.cartadiroma.org/wp-content/uploads/2014/10/CODE-AND-GLOSSARY-ENGLISH.pdf) 이에 당사자의 동의는 적극적인 수준의 동의가 되어야 합니다. 적극적인 수준의 동의란 아래의 사항들에 대한 고지와 설명을 포함합니다.
1) 보도의 목적과 주제, 해당 인터뷰의 위치와 역할 고지.
2) 보도의 배포방식(주간지, 일간지, 지역언론, TV방송)과 예상되는 독자/시청자의 규모에 대한 고지
3) 최근 관련 보도에 대한 여론과 해당 보도가 나갈 경우에 예상되는 대중의 반응에 대한 고지.
4) 사진의 게재 방식과 신원 공개의 범위에 대해 설명, 동의.

 

2. 사진촬영

 

원칙적으로 난민의 신변보호를 위해 신원과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방식을 취하십시오. 안전이 보장될 때에만 식별이 가능한 사진과 영상을 사용합니다.(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 북한이탈주민 분야에서 발췌)
개인 식별이 가능한 사진을 게재할 경우 특히 주의를 요합니다. 사진 설명이 정확한지 확인하고, 사진 사용이 망설여지는 경우 본 사진이 TV노출에 대해 허가를 받았는지 관련자들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난민은 그들의 사생활을 존중 받을 권리가 있으며, 특히 대상자가 아동일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당사자의 난민신청 지위로 인해 부당한 차별과 적개심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http://www.unhcr.org/publications/brochures/58e1ed994/reporting-on-refugees-guidelines-by-and-for-journalists.html)

 

3. 관련자들의 발언 인용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이슈의 경우, 한 단체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합니다. 공무원/정부의 의견을 인용할 때는 공정하고 균형 있는 범위를 위해 난민과 망명 신청자를 대표하는 단체의 발언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4. 용어 사용 유의

 

언론은 난민에 대해 보도할 때, 개인의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성적 취향, 신체 또는 정신적 질병이나 질환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적인 표현을 삼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위의 항목들을 근거로 증오 또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자료를 제공 또한 삼가야 합니다.
부적절한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언론 보도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건과 관련하여 독자와 시청자에게 진실을 보다 잘 반영하는 국내/국제법상 통용되는 적절한 용어를 사용합니다.(https://www.cartadiroma.org/wp-content/uploads/2014/10/CODE-AND-GLOSSARY-ENGLISH.pdf )
“가짜난민”, “불법난민”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필요 시 난민불인정자 라는 용어를 대신 사용하십시오. 마찬가지로 체류비자기한을 넘긴 사람에게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대신 “미등록체류자(undocumented)”를 쓰는 것이 맞습니다.
이민 “홍수(floods)”, “난민으로 몸살” 와 같은 감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사실에 충실하십시오. (https://www.nuj.org.uk/news/updated-nuj-race-reporting-guidelines/)

 

5. 오보에 대한 대처

 

인터뷰 대상자들에 대한 표면적인 보도(Superficial behavior)나 비전문적인 행동으로 대상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주의하십시오. 이는 결과적으로, 독자와 시청자들의 미디어 전문성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칩니다. 표면적인 보도는 서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뉴스의 내용을 부적절하게 연관짓는 행위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일반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언론은 오보 등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한 경우 솔직하게 인정하고 신속하게 바로잡습니다. 특히 난민의 동의 없이 사진 및 신상이 공개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대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