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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27. 안녕하세요, 우지원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시민 우지원입니다. 앞으로 바뀌게 되는 난민법의 내용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하기 위해 장관님께 이 편지를 드립니다.

 

먼저 저는 결코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난민에 대한 처우는 결코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경험이 유입되면 예상치 못한 사고들이 따라오리라는 걱정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난민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태도가 과연 이성적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법 앞에서>의 내용을 장관님께서도 익히 알고 계시겠지요? 통과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결코 열리지 않는 문은 이름뿐인 이번 난민법 개정안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난민 심사의 과정은 현재보다 몇 배로 짧아지고 엄격해집니다. 현실적으로 정치적 또는 사회적 박해에 내몰려 자국을 떠나온 피난민이 단 몇 주 만에 그 복잡한 절차를 모두 통과하리라 믿기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개악안을 발안한 당사자인 일부 국회의원 분들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온정주의와 인도주의를 구별하자는 법안의 취지를 의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장관님께 여쭙니다. 난민 심사의 벽을 높여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하면 난민이라는 존재는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집니까?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는 난민 협약에서 탈퇴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난민이라는 세계적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오히려 난민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국경 폐쇄와 같은 단순 미봉책으로는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는 방증이 아닌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대한민국에 들어온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식에 따라 돌려보내자는 것입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이라는 법치국가에 들어온 난민이 모든 차별에 앞서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프로토콜에 따라 인도적인 절차를 밟는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요청입니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은 국민과 난민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체계적인 관리 하에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관님께서는 책임자로 부임하시던 날 법의 이름으로 인권이 침해되어 고통을 받는 상황을 막겠다고 큰 소리로 약속하셨습니다. 관행적인 법무행정에 안주하기보다 인권을 위한 개선방안을 앞장서 마련하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개악안의 실질적인 취지가 권리의 부여가 아닌 법률 만능주의의 남용에 있음이 분명한데도 가짜 뉴스를 앞세운 혐오 여론에 우리 헌법의 법 정신이 뿌리까지 흔들리는 상황을 막아 주십시오.

난민을 쫓아낸 자리에 남은 허울뿐인 법치주의의 화살이 다음에는 어느 집단을 향할지 저는 두렵습니다.

 

자유와 민주의 5, 가정과 평화의 5월입니다.

장관님을 비롯해 모두에게 평화로운 계절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956

우지원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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