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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인터뷰] “출국대기실을 왜 항공사 돈으로 운영하나”

 


 



아래 글은 시사경제주간지 더스쿠프(THE SCOOP)에서 공항 출국대기실의 문제점에 대한 기획기사 중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활동가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 및 관련기사를 보시려면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91



“출국대기실을 왜 항공사 돈으로 운영하나”인터뷰 |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이다. 어떤 나라를 방문하든 처음 접하는 곳이 공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얼굴인 인천국제공항 안에는 ‘출국대기실’이 있다. 이곳에는 입국이 불허되고 송환이 결정된 외국인들이 모여 있다. 김연주 변호사는 “입국불허자들이 본 우리나라의 첫 느낌은 지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출국대기실은 ‘비밀의 장소’다. 법무부(출입국관리소) 공무원과 항공사 직원, 소송 변호인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송 변호인이 이곳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도 지난해 6월부터다. 현재 관련 소송 4건을 진행하면서 이 비밀의 장소에 출입하고 있는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를 만나 출국대기실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들어 봤다.

✚ 출국대기실의 풍경은 어땠나.
“출국대기실은 메마른 곳이다. 아크릴 창으로 돼 있어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국적,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외국인들이 뒤엉켜 있다. 생활을 위한 공간이 아닌 탓일까. 이곳에서 오래 머무르면 틀림없이 몸이든 마음이든 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출국대기실은 용어처럼 ‘대기하는 장소’지만 장기 수용자가 많다고 들었다. 이유가 뭔가. 
“고국으로 돌아가면 안전이 위태로울 게 뻔한 외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난민 지위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마냥 출국대기실에 머무는 거다.”

✚ 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 시스템이다. 하루 세 끼를 빵과 음료수로만 해결하다 보니 몸이 아픈 외국인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며 식사마저 제공하지 않는다. 지병을 앓고 있던 외국인의 병세가 악화되거나 출국대기실에서 병을 얻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의료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 왜 어려운가.
“법무부는 항공사가 원하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항공사는 보안 문제로 외부 진료가 어렵다고 버틴다. 서로 핑퐁게임 하듯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거다. 보고 체계도 복잡하다.”

  

✚ 얼마나 복잡한가. 
“출국대기실에서 외국인이 용역업체 직원에게 고통을 호소하면 그 직원은 담당 항공사에 연락한다. 항공사 직원이 외국인의 상태를 파악한 후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무부에 ‘임시 상륙 허가 서’를 요청한다. 법무부는 이를 검토해 허가서를 발부하고, 항공사는 이 문서를 근거로 외국인을 공항 내 인근 병원으로 보내 진료를 받게 한다. 이마저도 항공사 직원이 ‘외관상 괜찮아 보인다’고 말하면 끝이다. 실제로 불면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던 한 외국인이 이런 일을 겪었다.”

개방형 전환 별 의미 없어 

✚ 법무부는 지난해 출국대기실을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개방형으로 변경했다고 하는데.
“접견 외국인 가운데 ‘출국대기실이 개방형으로 변경돼 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말만 개방형이지 사실상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면 그나마 제공되던 숙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면세점에서 밥을 먹고 자야 한다는 얘기다.”

✚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출국대기실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행정적 공간이라는 점이다. 출국대기실은 항공사운영위원회(AOC)가 고용한 용역 직원들이 관리한다. 하지만 사실상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관할하고 있는 수용시설이다. 문제는 이 출국대기실을 다루는 규정이 출입국관리법에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출입국 관련 법령에는 항공사가 책임진다는 규정만 있을 뿐 출국대기실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근거가 없다. 당연히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다.”

✚ 두 번째는 무엇인가.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사들은 출국대기실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외국인을 책임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숙식·의료시설 등 처우 개선에 별 관심이 없다. 사실 의무도 없다. 항공사 직원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 항공사는 왜 불합리한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출국대기실 운영에 큰돈이 드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침을 거슬렀다간 노선 배분, 행정 처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 뭐가 더 손해인지는 따져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항공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국대기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국대기실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사실상의 구금 시설인 출국대기실을 정말로 구금 시설로 규정하면 범죄자가 아닌 입국불허자를 이곳에 수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다.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의 장기 수용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연구가 필요하다.”

✚ 국제 규정에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이다. 골자는 비자 등 입국 관련 공식 자료를 갖고 입국한 외국인의 입국이 거절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가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ICAO 가입국이기 때문에 이 규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입국관리법에 ‘(입국불허자의 송환은) 운송사업자가 책임진다’는 문구가 있어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돈보다 인권이 먼저 아닌가 

  

✚ 무작정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에서 자꾸 비용 문제를 꼬집는다. 그런데 비용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 아닌가. 무엇보다 하루 세 끼 빵과 음료수만 주는 게 마땅한 조치일까. 우리나라는 인권국가이지 않은가. 인권국가로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국제사회와 공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정치 탄압, 종교 박해 등으로 본국을 탈출하는 외국인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에 본국을 떠나 강제로 이주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우리도 영화 ‘터미널’의 톰 행크스처럼 될 수 있다.”

✚ 출국대기실은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겠는가. 
“출국대기실이 법무부와 항공사의 행정상 편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대로 있어도 된다. 다만 본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됐으면 좋겠다. 입국이 거절되고 송환이 가능한 외국인이 잠시 머무는 시설로 말이다. 대신 불가피하게 장기 수용이 예상되는 외국인을 위한 장소를 따로 규정하거나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와 같은 정부 산하의 외국인 보호 시설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톰행크스 주연 영화 <터미널>



* 더스쿠프(THE SCOOP) 관련 기사  

[단독] 아시아나는 왜 중국인 청년 자살 못 막았나. 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01

“이곳이 반기문의 나라가 맞습니까?” 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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