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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활동가 교육 후기] 2주에 걸친 교육을 마쳤습니다!

벌써 교육 후기를 쓰고 있네요. 아마도 교육 후기가 홈페이지에 올라가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쯤이면, 저는 사무실 옆 조그마한 방에 난민분과 단둘이 앉아 상담을 하고 있겠죠. 엄청 긴장 되네요. 시험보기 직전 책상 앞에 앉아서 시험지를 기다리는 것 마냥요. 잘하고 싶고, 정말 잘 해야 하는데, 준비는 부족한 것 같고.


교육을 마치고 눈에 확연히 띄는 모습은 전화를 받고 있는 저의 모습입니다. 난센에 교육을 받는 동안, 전화기가 울리고, 사람들은 바빠도 저는 전화를 어떻게 받는지 알지 못해 받을 수 없었으니까요. 사무국 메인 전화기가 제 책상에 있어서 다른 분들이 당겨받기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꽤나 신경이 쓰였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받을 수 있답니다.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네~ 난민인권센터입니다."라며 전화 받는 법을 배웠거든요. 그리고 전화를 다른 분의 전화기로 돌려주는 방법과 수신전환하는 방법도요. 그래도 아직까지 난민 분이 사용하시는 발음을 못 알아들어 갑작스레 다른 활동가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어요.


교육 후기. 왠지 어떤 것들을 깨달았고 무엇을 느꼈는지, 뭐 이런것들을 적어야 할 것 같은데 전화기 사용법만 이야기하고 있네요. 그래도, 교육 받는 중에 가장 설렜어요. 꼭 새로 산 카메라와 사용설명서를 앞에 두고, 사용설명서를 정독하면서 카메라를 만져보는 것 처럼요. 얼마나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 주세요. 메뉴얼 대로 못 받았다고 전 경기도지사처럼 그러진 마시구요.

그럼이만총총
- 모조




모든 것이 파도처럼 왔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나는 어떤 글을 썼고, 그것을 제출했고, 인터뷰를 보았고, 9일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아직은 땅에서 약 몇 센티 정도 떨어진 공중을 걷는 느낌이다. 아마 2주간 교육만 받아서 그럴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내가 없어지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나’일 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 내가 ‘노예’라고 느끼지 않는 곳...... (여기서 노예는, 마음으로는 ‘노’인데, ‘예’라고 대답해야 하는 사람쯤으로 해두자.)

맨 처음에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러니까 면접을 보았던 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인도받았던 그 순간, 어렴풋하게 내가 이곳의 식구가 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감색 해피빈 노트와 예쁜 핸드크림 케이스. 몇 초가 지나서야 웃음이 터지는 국장님의 멘트들... 지금은 웃지 않고도(참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 계속 부담이었던 점심 식사 당번. 다행히 첫 요리는 무난하게 넘어간 것 같다. 
 
난센은 나에게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맛보게 해 주었다. 난민법, 시행령, 편람 등을 읽어나갈 때 법률 용어들이 낯설어서 힘들었다. 며칠을 씨름하고 나니 반복되는 용어들은 익숙해졌고 오기와 흥미가 붙어 쭉 읽어 나갔다. 다행인 것은 궁금한 것을 뭐든지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었고, 국장님께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물어봤던 덕분에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실제적으로 와 닿지 않는 부분은 깊이 있게 읽지 못했다. 그 외 ‘난민 법률지원 용어집’은 내가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읽어나갈 것이 많은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지 않다. 

2주라고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를 보니 이제 정식 교육기간은 끝난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던져지지 않고 최소한의 기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 일은 프로처럼 하고 싶은데, 당분간은 똑같은 걸 또 물어보고 배운 부분을 다시 체크하고 좌충우돌 신입의 모습을 벗지 못할 것 같다. 일이 익숙해지는데 1년이 걸리면 어떡하지...... (나는 1년짜리 인턴인데;;) 하지만 익숙해지는 게 다가 아니니까. 익숙해져 버리면 놓치고 가는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라고 나를 위로해본다. 부족한 나의 모습을 볼 때 외면하지 않고 내 편이 되어 주어야지, 라고 다짐해본다. 
- 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