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12월, 난센 활동가 이야기









올해가 유난히 추운 걸까요? 제가 난리법석을 떠는 걸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었는데, 이제는 여름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양말 두겹, 내복, 힛텍 등 아무리 껴입고... 전기방석을 종아리에 둘러싸도 춥습니다.(아래 그림 참고)

이런 날씨에 실외에서 일하는 분들, 저보다 더 열약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떠오릅니다.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업무에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12월을 마지막으로 짧았던 인턴생활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또 새로운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재밌고 유익한 삶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딜가도 난센만큼 장난도 많이 치고, 실없이 웃을 일이 많은 곳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한번은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난센은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국장님의 농담, 고은지씨 웃음소리, 류은지씨 목소리가 저를 옭아맵니다.

그리울거에요, 난센!!

저를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인턴후기에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 지금 제 마음을 다 전하면

아마 이 건물(난센)은 제 마음으로 가득차 부서져 버릴 거에요..

이전에 출입국과 수차례의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직원은 저희에게 '왜 한국을 왔느냐'고 물어보았었죠.

그 질문은 저희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어요. 

사람들은 그 질문에 대한 많은 설명을 요구했고 우리는 그 질문을 원망했었죠.


하지만 그 질문이 저희에게는 어떤.... 열쇠였던 것 같아요. 

이제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 것 같아요..


삶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죠.

제가 본국을 떠나 이곳으로 오게된 것만 보더라도 말이에요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몰라도 삶은 계속 이어져요.

저희는 그런 삶을 계속 살아나갈 것입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24일에 세 분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들을 통과해온 분들..

하지만 기쁠 것만 같은 그 순간에 우리는 모두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미 당연히 받았어야 할 결과가 손에 쥐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는 '법체계'에서 사회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동등한 인간'으로 관계맺으며 이곳에서

사회의 일부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말, 좋은 얼굴로 자선을 베풀거나 어떤 프로젝트의 도구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누군가가 그들의 친구가, 형 언니 동생이, 이웃이 되어 주시기를

또 그들이 그런 존재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눈 껌뻑할 사이 지나가 버린 2014년,

그리고 눈 껌뻑하면 지나가 버릴 2015년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지구에 모두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내년에도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난센에서의 2015년은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지난 한 해,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2013년 3월, 난센에 인턴으로 첫 발을 들였고, 재단법인 동천의 인턴을 거쳐

2014년 2월 19일, 난센에 정식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난센에 왔던 순간의 마음과 다시 돌아왔을 때의 마음이 다르고,

다시 돌아왔을 때와 지금의 마음이 또 다른 것 같습니다.

멋모르던 때에는 무언가를 해봐야지! 하는 의욕에 넘쳤었는데,

아주 조금 알게 된 후로는 의욕보다 더 많은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제도는 훨씬 더 답답했고,

개개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슬픔은 훨씬 컸는데

저는 일을 잘 하지 못하더라고요. 

매달 뉴스레터가 밀리고, 아주 기본적인 회원관리 밖에 할 여력이 되지 않고, 이것 저것 빼먹는 일은 어찌나 많던지,

공중에 떠오르는 존재를 꼭 붙잡고, 땅으로 뿌리를 내려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주 조금 더 알게 된 지금에는 저의 역할이 참으로 작으며,

 또 그 작은 역할이 저의 분량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2014년 저의 삶의 키워드는 환대와 평화였습니다.

환대와 평화가 필요한 얼굴들을 가득 만났고, 환대를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몇 번이나 마주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역량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그러하지 못할 때도 참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대를 베풀며 느리고 더디게 평화를 이루어가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눈 앞에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그 길을,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 기대하며 진실하게 걸어가는 이들을 말입니다.

 

 제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어떤 것들을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함을 주었습니다.


넘어지고 일어서는 이 과정이 때로는 답답하지만 즐겁습니다.

새롭게 걸어갈 한 해가 정말 많이 기대됩니다.


한 해 동안 난센을 지지해주신 여러분께,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