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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안녕! 난민(暖民), 시즌2. 그 두번째 이야기

지난 5월, 난센 홈페이지의 '자카르타 COI워크샵 후기' 글에 자카르타 유엔난민기구에 있었다는 분으로부터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께 한 번 뵙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난센에 찾아와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셨는데요, 그 댓글의 주인공이 바로 이번 '안녕,난민 시즌2'에서 소개해드릴 윤예림씨입니다. :)  윤예림씨는 난민 인권, 국제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으며, 터키인과 결혼해 '수다쟁이 알파고 부부이야기♪'(http://blog.naver.com/yunyelim22)라는 재미있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계세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윤예림씨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본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반갑습니다! 윤예림입니다. 국제 이슈, 특히 난민 인권, 국제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쪽 분야에서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2012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유엔난민기구에서 인턴십을 했고, 이 경험을 통해 난민 이슈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확대했어요. 모두가 더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있고, 이를 위한 첫 시도로 출판과 프로젝트를 연계한 BonITA (Bon Idea To Action,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어요.


난민,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 제가 다니던 교회에 카메룬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있었어요. 그분을 통해 국내 외국인 노동자와 그들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대학교에서도 지속적으로 엠네스티 활동, 월드비전 서신번역을 했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분들께 한중 통역 등의 봉사 활동을 하면서 그들이 처한 인권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들이 왜 조국을 떠났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면서 인권침해가 빈번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취약한 난민들의 인권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한 과정에서 자카르타에 가게 되신건가요?

2011년 인도네시아에 아프가니스탄 난민 신청자 수가 급증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왜 이 지역으로 난민들이 몰리는지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유엔난민기구가 어떻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난민 지원 프로그램과 재정착 지원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배우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여성가족부 국제전문여성인턴으로 선발되어 장학금을 받고 자카르타 난민기구에서 인턴십을 하게 됐어요. 당시 자카르타 사무소는 급증하는 난민 신청자 때문에 인력난을 겪고 있었고, 저는 이 덕분에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자카르타 유엔난민기구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Community Service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파키스탄, 미얀마 난민 청소년들에게 BID(Best Interest Determination)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국제난민법상 비동행 난민 아동에 대해서는 난민 지위 획득 후 영구적 해결방안(Durable Solutions)인 3가지 선택 사항(자발적 본국귀환, 제3국 재정착, 비호국 정착 및 통합) 중 아동이 가장 선호하는 옵션을 파악하고, 그 옵션에 따른 최선의 지원 방법을 찾아야 하거든요. 또한 난민 아동들이 영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동안 참여할 수 있는 영어, 인도네시아어, 컴퓨터, 미용, 요리 등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어요. 1주일에 한 번씩은 자카르타 근교 보고르(Bogor)에 위치한 아동 그룹홈에 방문하여, 아동 상담을 진행하고 그룹홈 시설을 검토한 후 의견을 제출했어요.



활동을 하면서 어떠셨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제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했던 것 같아요. 난민들에게는 마음을 여는 일이 제일 힘들거든요. 타국에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숨기려 해요. 특히 난민 청소년들은 부모를 떠나, 브로커를 통해 몇 개월에 걸쳐서 인도네시아에 밀입국을 해요.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인도네시아 정부가 난민 재정착을 인정하지 않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거든요. 이 때문에 또다시 많은 난민과 비호신청자가 호주 크리스마스 섬으로 밀입국을 시도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돼요. 제가 2011년 인도네시아에 도착 하자마자, 호주로 향하던 선박이 침몰하여 270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어요. 사망자 중에는 제가 돌봤던 아동의 친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난민 아동들은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난민 아동들이 저를 많이 경계했어요. 다행히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인인 저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자주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매우 가까워졌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작아도 이 친구들이 제 존재만으로도 안심을 하는 것을 보고는 참 고마웠어요. 지금도 호주에서 재정착에 성공한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요.



한국의 난민 상황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한국은 난민법이 시행된 지 일 년이 됐죠? 그런데도 아직까지 시리아 난민인정자가 없다는 게 놀라워요. 얼마 전 노르웨이는 시리아 난민 2천 명을 받겠다고 했어요. 한국의 경우에는 시리아 난민 신청자가 300명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아무도 난민 지위를 얻지 못했어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 확대 속도를 본다면 이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에요.


난민인정절차가 너무 오래 걸리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보통 1년 안에 난민지위 인정여부가 판결이 다 나거든요. 한국의 경우 난민지위 인정 전에는 노동권이 없기 때문에 생존권의 문제가 생기게 되고, 불법 노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난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에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도 난민이 있어?'라고 물어요. 주로 언론에 노출되는 난민은 전쟁을 피해 국경 지대나 이웃 국가로 피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요. 언론에 비춰지는 난민은 대부분 가난하게 비춰지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이렇다보니 해외에 있는 시리아 난민에게는 후원을 보내지만, 정작 핍박을 피해  한국으로 온 비호신청자들에 대해서는 범죄자 또는 불법 노동자로 보는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화제를 전환해서, 터키인 남편과 결혼하셨는데 외국인과 결혼하여 어떤 점이 달라지셨나요?

결혼이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꾼 것은 맞지만 외국인 남편과 결혼했기 때문에 제 삶이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국적, 문화, 언어에 따른 차이보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커요.  그래도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집에 손님 초대를 자주 한다는 거에요. 터키에서는 손님을 '신이 보낸 선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 주일에 평균 두 팀은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하다보니 설거지 양이 어마어마해요. 저도 결혼 초반에는 손님 방문이 잦아서 부담스러웠는데, 남편과 시장보는 것부터 요리 만들기, 그리고 뒷 정리까지 함께 하다보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어요.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 전보다 더 자주 '나눔', '공생' 그리고 '관용'에 대해 생각한다는 거에요. 터키 여행을 하고 주변에 있는 터키분들과 교류하면서 탄탄하고 건강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에 대한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누가 불행한 일을 당할 때, 본인의 문제처럼 모두가 힘을 합쳐서 도와줘요. 처음에는 저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친여동생처럼 대하는 터키 친구들이 약간은 불편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저를 이해하고 언제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든든해요.



난센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난센이 국내 난민 및 비호신청자를 돕는 단체인 만큼 해외 난민사례 외에 한국에서 거주하는 난민과 비호신청자에 대한 소개를 하고, 국내 난민 이슈의 담론을 주도해 나가기를 바래요. 여전히 한국에도 난민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난민에 대한 정보 부족과 편견으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