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국민에게 총구를 향한다."


1962년 쿠데타를 일으켜 버마의 독재자가 된 네 윈 장군. 1981년에 대통령에서 물러났지만, 여당의 당의장 직을 고수하던 네 윈 장군의 힘은 막강했다. 대통령은 허수아비였고, 네 윈 장군을 중심으로 한 군부의 통치는 계속됐다. 


위의 끔찍한 멘트는 1988년 8월 8일 평화적인 민주화시위가 버마 전국으로 확산되자, 네 윈 장군이 내뱉은 한마디였다. 위의 말처럼 네 윈 장군이 이끄는 국가평화발전위원회 중심의 군부 정권은 시위참여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했고, 민주화세력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1988년 무렵, 대학생들은 공작새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버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할 때부터 공작새는 자유와 인권과 독립의 상징으로 통했다. 군부는 총격을 가했고, 당시 통용화폐의 일부를 강제로 빼앗는 등 군부 정권의 경제적 탄압까지 짊어졌던 버마 국민들의 분노는 이로 인해 폭발했다. 1988년 8월 8일 아침 8시, 대학생과 불교 승려, 시민이 모두 뭉쳐 시위에 참여했고, 군부의 총구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8888 항쟁은 결국 진압됐지만, 버마의 민주화를 갈망하던 버마인들의 염원은 한 사람을 정치 현장으로 불러냈다. 바로 버마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 아웅산 수 치 여사였다. 항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아웅산 수 치는 그해 8월 26일에 거리로 나섰다. 사망한 시위참여자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앞 수십만 버마 국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아웅산 수 치의 기나긴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유명 중국배우 양자경이 아웅산 수 치 여사 역으로 출연한 <더 레이디>의 한 장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계기이기도 하지만, 독립투쟁에 이은 군부독재세력을 향한 민주화 운동, 대규모 거리시위 등 어디선가 많이 보던 모습이다. 버마의 모습은 우리의 옛 모습을 닮았다.  


지난 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고 교육회관에서는 "버마 8888민주항쟁 24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버마 NLD(민족민주동맹-수치 여사가 이끄는 버마의 정당) 한국지부장 내 툰 나잉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그 역시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이 누구보다 버마를 잘 이해할 것"이라며 버마 민주화를 위한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도 따끔한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우리 민주화세력들보다 버마에 장기집권했던 독재정부와 아주 친했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친정부세력만 한국의 정부·대학교에서 경험과 기술을 배워갔다. 앞으로는 비정부기관·소수민족들도 한국의 좋은 경험과 기술을 배워 버마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잘 이룰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다음은 내툰나잉씨의 토론회 참여 발언 전문이다. 


한국에 연대를 바란다

                                                      

 내 툰 나잉



한국은 버마와 비슷한 역사, 그리고 현재 버마가 고통 받고 있는 것처럼 군사독재라는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마의 현 상황을 누구보다 한국인들이 잘 이해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시민사회에 다음과 같이 요청하고 싶습니다.


1. 한국 정부는 버마정부에 아직도 감옥에 수감되어있는 500명 이상의 정치수감자의 석방을 요구해주기 바랍니다. 단 한 사람의 수감자라도 우 테인 세인의 민주정부 통치권 안에 있어야 합니다. 


2.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책임감을 갖고 주의 깊게 버마의 민주개혁을 지켜보고 버마의 민주화과정에 좀 더 큰 역할을 하기 바랍니다.  


3. 한국국회와 진보적 민주정당은 버마국회의원들을 한국에 초대하여 자신들의 경험과 민주적 가치를 공유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로 협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한국시민기구는 버마의 동지들과 함께 버마시민사회, 버마의 미래를 보장할 훌륭한 통치를 강화하는 데 협력해주시기 바랍니다. 


5. 우리는 버마의 정치와 민주개혁을 지원하고 사회 복지를 향상시킬 한국정부차원의 개발원조와 그 외 다른 종류의 원조 그리고 친 민주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투자는 투명함과 책임, 직업창출, 인권과 노동권, 환경문제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6. 한국의 학계는 우리들이 배울 민주화와 경제발전 문제, 교육 개혁, 법조항의 입법방법과 과도기극복방법 등의 경험을 보여주는 책을 제공해주시기 바랍니다. 


7. 한국시민사회는 버마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버마 젊은이들에게도 장학금, 역량강화와 인적자원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시기 바랍니다.  


8. 한국 언론은 현재 버마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버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한국인들이 좀 더 잘 이해하도록 보도해주시기 바랍니다.


9. 한국사회는 버마현지의 활동가들과 같이 버마의 민주화과정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의 전략적 계획을 세워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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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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