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으로 인정된 난민 58명이 주는 의미


1997년부터 2012년 5월말까지 총 4516명이 난민인정신청을 하였고 290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이 중 단 154명이 법무부에 의해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법무부에 의한 난민인정율은 단 3.4%이다. 신청자 수에 비해서 인정율이 지나치게 낮다. 반면 2005년부터 2012년 5월말까지 난민인정불허처분을 받은 난민신청자 중 644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58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소송건수 대비 9%에 이른다. 법무부가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인정받아 마땅한 난민 58명이 행정소송이라는 또다른 절차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자료 출처 : 법무부 정보공개청구 결과

- 필자 주 : 난민신청 수 총합에는 1994~1996년 사이 난민신청자 11명의 수가 반영되면서 4,516명으로 계산되었습니다.




<난민불인정처분 관련 행정소송 연도별 건수>

 2005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5월

 총합

 7

   21

 22

 15

 223

 170

 62

 124

 644

* 총644명 중 58명 인정                                                                                                                           - 자료 출처 : 서울행정법원



법무부는 이에 대해 644명 중 나머지 행정소송 패소자 586명의 수치를 근거로 "행정소송 제기자 중 91%의 거짓난민에게 올바른 행정처분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법무부 국적난민과는 이미 "근로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체류연장을 하기 위해서 난민인증을 신청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말이 정답일까? 


다음 조항을 살펴보자.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에 있는 외국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난민의 인정에 관한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그 외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있다. -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출입국관리법은 이처럼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 인정에 관한 재량권을 주고 있다. 한국은 난민협약에 가입하면서 협약의 모든 사항에 대해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비준(이에 대해 법률적으로는 '유보가 없다'고 표현한다)"했기 때문에 난민협약에 규정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난민협약에 없는 근거를 가지고 난민에 대한 보호를 거부하는 것 역시 국제법 위반이다. 가입한 국제법은 헌법에 의해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법을 어기는 것이다. 


난민협약상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규정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a) 평화에 대한 범죄, 전쟁범죄 또는 인도에 대한 범죄에 관하여 규정하는 국제문서에 정하여진 범죄를 범한 사람

(b) 난민으로서 피난국에 입국하는 것이 허가되기 전에 그 국가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범한 사람

(c)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행한 사람                                                                               -난민협약 제1조 제F항



물론, 법무부는 다음 조항을 이용해 난민불인정처분 권한을 행사한다.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 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및 이들 사건의 결과로서 상주국가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종전의 상주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종전의 상주국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난민협약 제1조 제A항 2



"면담을 해보니 위의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 자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라는 것이, 법무부가 난민불인정처분을 하는 주된 근거였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법무부가 이 근거를 활용해 난민불인정처분을 했다가 행정소송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58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난민으로 인정해야 할 사람에 대한 근거로 활용돼야 할 국제협약 상의 조항이 난민불인정처분을 남발할 법적 근거로 악용되는 측면이 더욱 강했다는 의미다.


난민인정자는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체류 자격 유지와 기초생활수급 등의 복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미등록체류자의 불안한 신분으로 전락하거나, 외국인보호소 구금 혹은 본국으로의 강제출국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 난민지위신청자에게 있어 본국으로의 강제출국이란 죽음 혹은 그에 준하는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지위신청자에게 있어 난민불인정이란 '사형선고'에 준하는 위험으로 여겨질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의 행정처분과는 그 질적 효과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체류연장을 하기 위해서 난민인증을 신청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58명을 외면한다면, 법무부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난민 업무에 대해 기본부터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한 사람의 생명과 자유, 나아가 한 가족의 생명과 자유가 달려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악용에 대한 의심보다 인권친화적 신뢰부터


58명이 주는 또다른 의미는 행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사법부가 보완하며 대신 했다는 사실이다. 법무부의 지나치게 경직된 난민인정율로 인해 난민불인정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의 건수가 지나치게 늘었다는 사실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법무부가 보다 신중한 판단과 함께 인권친화적 신뢰를 우선으로 둠으로써, 인정율을 보다 높인다면 행정소송의 건수도 감소해 기회비용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난민인정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봐야 하는 것은 난민제도의 본질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근로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체류연장을 하기 위해서 난민인증을 신청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심의 눈길보다, 사법부가 아니었다면 58명의 난민이 생명과 자유에 중대한 위험을 느꼈을 것이라는 사실을 더욱 깊이 받아들어야 한다. 생명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국경의 장벽을 넘어선다. 그만큼 막중한 업무라는 뜻이다. 법무부는 이 막중한 업무에 대한 인권친화적 고민과 함께 보다 올바른 난민인정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쌓으면서, 신중한 판단을 바탕으로 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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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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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3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난민인권센터 2012.12.24 1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적 감사합니다. 통계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총합에는 1994~1996년 3년간 난민신청자 11명을 추가로 계산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본문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