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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성명서] 세계 난민의 날 기념 4대강 사진전을 한다고?

4대강 사업과 세계 난민의 날?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와 K-Water는 오는 6월 20일부터 7월 1일까지 4대강 문화관과 강정고령보에서 강(江)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취지는 황당하게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서"라고 한다.


* 유엔난민기구(UNHCR)는 분쟁을 넘어, 기후변화로 인해 2010년 약 4,000만 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하여 국제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


*UNEP(UN Environment Programme)에 따르면, 사막화와 가뭄으로 인해 거주환경이 악화되면서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찾아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등지에서 환경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는 자연재해 중 물관련 재해로 고통 받고 있는 난민들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환경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2011년 태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부터, 중국, 파라과이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뭄까지, 전 세계가 물로 인한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4대강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번 사진전은 “재난”, “복구”, “희망”, “예방”이라는 주제로 재난의 실상과 복구의 노력, 복구 후 달라진 모습, 4대강 사업으로 변모한 우리강의 모습을 준비하여 재난을 대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자연재해의 현장과 복구 과정, 봉사와 나눔, 예방 과정을 통해, 지구촌 환경재난 극복 과정을 배우고 알아가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반 시민 뿐 아니라,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하였다. 


이번 사진전은 12일간(6.20~7.1) 열리며, 4대강 문화관(강천보, 백제보, 승천보, 을숙도)과 강정고령보에서 개최되며, 자세한 행사 소식과 행사장 위치는 4대강 콜센터(1577-4359) 또는 홈페이지(www.riverguide.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니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전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심각한데 너희들이 이런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고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할 수 있겠느냐"는 의도의 행사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굳이 4대강 사업의 홍보를 하면서 뜬금없이 '세계 난민의 날'을 끌어들인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점잖게 협박당한 것이다. "4대강 사업 반대하면 난민된다!"



- 4대강 사업 공사구간 '상주보'에 태풍이 불어닥쳐 제방이 깎여나가면서 유실된 도로의 모습 (출처 - 한겨레)


국내실향민 양산하는 4대강 사업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s: IDP)'이라는 말이 있다. 뜻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집 또는 일상적 거주지에서 강제적 또는 의무적으로 도피하거나 떠나도록 된 사람들, 특히 무장 분쟁, 무분별한 폭력 상황, 인권 유린, 자연재해 또는 인공적으로 발생한 재해 등의 피해를 피하거나 그 영향으로 인해 실향된 사람들 중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을 넘지 않은 사람들 - (국내실향 지침 (Guiding Principles on Internal Displacement), Introduction, para. 2) - 


박해를 당했지만, 국경을 넘어 타국으로 가 난민신청을 하지 않았을 뿐인 사람들을 말한다. 조세희 선생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개발의 논리 때문에 삶의 터전을 강제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도 '국내실향민'이다.


2009년 10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4대강 사업 피해 주민 보고대회'라는 규탄행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절규의 자리였다. 정부로부터 "대토(代土)를 해줄테니 나가라"는 '무언의 협박'을 받은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 댐 건설 때문에 삶의 터전을 속절없이 빼앗긴 채 빈 손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소작농, 30여 년 간 채취할 수 있는 골재를 4대강 사업 때문에 2년만에 채취한 뒤 실직자가 될 예정인 노동자들 등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똑같았다. "삶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기게 생겼는데 공청회 하나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시대로부터 어언 30여 년 이상 지났지만, 약자를 함부로 내쫓고 정부의 성과만 내세우려는 '불도저 정신'만큼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시 되돌아보자. 국내실향민이란 "자신의 집 또는 일상적 거주지에서 강제적 또는 의무적으로 도피하거나 떠나도록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경만 넘지 않았을 뿐, 난민이 되었다. 


본인들이 난민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을 당한 사람들의 '불쌍함 가득한 사진'을 내세우면서 난민 양산을 막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하자고 한다. 이게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일까? 


'난민'을 아무렇게나 끌어들이지 말길 바란다


난민인권센터는 난민지원단체로서, 4대강 사업의 타당성 유무에 대해 따질 전문성은 없다. 하지만 정부조직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목적 추구를 위해 말도 안되는 명분을 가져다 붙이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난민'은 아무때나 끌어들일 단어가 아니다. '난민'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단어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먼 이국으로 와 새로운 의지를 다지고자 할 때 쓰는 말이다. 불쌍함 가득한 사진 내세우면서 이치에 맞지도 않는 동정심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생각이었다면 그쯤에서 접길 바랄 뿐이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4대강 사업 피해 주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절규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공청회나 한 번 더 열기를 바란다. 그게 정부기관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다. 


국민을 향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불쌍한 이미지'를 끌어들여 길거리에 전시하는 것이 과연 정부의 상식인지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히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고 싶다면, 본인들이 양산한 '국내실향민'에 대해 조금이나마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담아 1분이라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계 난민의 날은 그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날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