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 Data on Refugees

난민공부 시리즈 1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2010년부터 겨울과 여름마다 이어온 난민촌장과 함께 하는

난민연구 프로젝트시리즈가

 

 

이제 온라인에서 시작됩니다. 난민촌장 최원근 팀장과 함께 진행하는 난민 시리즈, 오프라인의 생생함을 온라인에서도 만나보세요!!!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난민의 정의와 조건에 대해서 배워보겠습니다. 난민이란 어떤 사람들을 의미하는지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난민공부 시리즈

Chapter 1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난민의 정의와 조건에 대하여




 


난민(
難民, refugee)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세요?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아프리카 어느 허름한 집 속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기아 속에 죽어가는 불쌍한 어린이의 이미지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모습 말이죠.

 


                                           <사진 출처 : "Gog grew tired of us" 중 캡쳐>

 

 



한국어에서 난민은 대게 ‘가난한 사람’ 또는 ‘불쌍한 사람’과 동의어로 이해됩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 난민(
難民)이라는 단어가

 

                 난민(難民) ① 전쟁이나 재난 따위를 당하여 곤경에 빠진 백성. ② 가난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

 

으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인식이 널리 펴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의를 앞으로 우리가 살펴보게 될 난민(refugee)들이 듣는다면 펄쩍 뛰면서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난민들은불쌍한 사람이 아니라용감한 사람들이고,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존엄을 지키려다가 잠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하게 되었을 뿐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바로 이런 사람들도 한때 난민이었다는 점이죠.



 

<사진 : 김대중 전 대통령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말이 필요없는 아인슈타인>





그럼 이제부터 난민의 정확한 정의와 개념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전통적 의미의 난민

 

난민이란 어떤 사람들을 의미하는지 따져볼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기준은 1951년에 UN에서 채택된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이하 난민협약)입니다. 이 협약은 난민의 정의와 조건, 권리를 규정하고 있기에 난민의 여부를 판정하고 그들의 법적인 지위와 권리를 따질 때 가장 권위 있는 국제법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협약에 의하면 난민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1951 1 1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결과로서, 또한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합리적 근거가 있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및 이들 사건의 결과로서 상주국가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종전의 상주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종전의 상주국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 난민협약 제1 A (2)
(
As a result of events occurring before 1 January 1951 and owing to well-founded fear of being persecuted for reasons of race, religion, nationality, membership of a particular social group or political opinion, is outside the country of his nationality and is unable, or owing to such fear, is unwilling to avail himself of the protection of that country; or who, not having a nationality and being outside the country of his former habitual residence as a result of such events, is unable or, owing to such fear, is unwilling to return to it.”)   
  
*
난민협약 국문본의 정식 번역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이 well-founded fear의 본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두려움이 보다 나은 번역이라고 인정되고 있습니다.

 

 


1)
1951 1 1일 이전에 유럽에서만?

“1951 1 1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결과라는 조건은 난민협약이 채택되던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뒤에서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한 이래 더 이상 난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낙관적 전망과 국제적 난민보호의 제도화가 개별 국가의 주권을 제한하는 것을 경계했던 서방 국가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시간 및 지리적 제한은 이후 비유럽권에서도 난민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1967 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이하 난민의정서)”에서 이 부분이 삭제되었습니다.

 


2)
주관적 요인과 객관적 요인 : 박해 그리고 두려움

난민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두려움”의 여부입니다. 즉 난민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사건이나 그러한 사건의 결과로 인해 박해(persecution)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어야 하고, 당사자가 그런 상황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합리적 근거가 있는(well-founded)’과 ‘두려움(fear)’이라는 표현은 난민의 조건이 객관적인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당사자의 주관적인 심리상태에 근거하여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난민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박해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다는 객관적 요건이 전제되어야 함과 동시에 그러한 요건이 당사자에게 두려움이라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반응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과거 군부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했던 한 학생이 그로 인해 국가기관에 의해 체포되고 고문을 당했거나 그러할 위협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난민의 자격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서 똑같이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신념을 표출하여도 신변에 아무런 위험이 없거나 위험을 느끼지 않는 경우라면 그 사람은 난민으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박해의 가능성과 이에 대한 두려움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박해를 받을만한 우려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난민협약상 난민의 요건은 박해의 경험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거에 박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기에 과거의 박해의 경험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부족 사회에서 여성 할례를 피해 도망친 여성이 난민신청을 했을 경우, 실제로 할례를 받았거나 그로 인한 신체적 위해를 받은 바 없더라도 그 부족 사회의 문화와 관습에 의해 이 여성이 여성할례를 받거나 신체적 및 정신적 위해를 당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박해의 수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정해진 바 없습니다. 왜냐하면 박해에 대한 두려움이 극히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박해의 여부가 형벌적 기준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주관에 의해 판단된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예를 든 그 여성이 여성 할례를 거부하였을 때 부족사회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박해의 전부라 하더라도 그 부족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 미루어 집단 따돌림 자체가 신체적 및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박해로 판단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3) 인종, 종교, 국적(민족), 정치적 성향 또는 소수자이기 때문에

 

난민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두려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박해의 원인 또한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난민으로 인정되는 박해의 근거는 인종, 종교, 국적(민족),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이라는 5가지 원인으로 인한 것이어야 합니다.

 

① 인종(race)

인종(race)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피부색을 비롯한 신체적 특징에 따라 인간을 분류하는 가장 상위의 개념입니다. 하지만 난민협약에 따른 인종(race)은 피부색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 보다 하위 집단, 즉 민족이나 종족(ethnic) 그리고 부족(tribe)의 개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다양한 혈연관계를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종청소(ethnic cleansing)와 같은 타 종족에 대한 대량 학살(ex. 르완다 대학살) 이나 소수민족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이나 심각한 차별을 피해 탈출한 경우(ex. 버마의 로힝야 소수민족)라면 인종적 요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의 현실을 그린 영화 Hotel Rwanda 중>



 

② 종교(religion)

종교적 원인 역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믿거나 소속된 종교집단에 대한 박해나 차별뿐만 아니라 종교 교육이나 종교행위의 제한이나 강제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 특정 종교를 금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강제하는 것 또한 종교적 박해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과거 발칸반도의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종교적 차이로 인해 발생한 분쟁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의 경우나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동지역의 어떤 국가에서 다른 종교로의 개종을 했을 때 가해지는 차별과 박해를 피해 탈출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③ 국적 또는 민족(nationality)

nationality라는 단어는 시민권을 의미하는 국적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민족적 또는 언어적 동질 집단이라는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표현은 시민권(citizenship)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 본 인종과 중복되어 특정한 민족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발행하는 박해를 모두 포함합니다. nationality라는 요인은 민족, 종교, 문화 혹은 언어적으로 동질한 집단으로 구성되는 모든 집단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적 요인이 난민협약에 포함된 것은 난민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연관이 있습니다.(자세한 것은 난민보호의 역사 부분에서 다시- ^^) 하지만 최근에는 국적 요인은 인종 요인과 중복되는 것으로 평가되어 그 중요성이 약간 퇴색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④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membership of a particular social group)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은 사회적으로 유사한 배경, 습관 또는 지위를 가진 자들을 의미하는데, 보다 쉽게 표현하자면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박해로 인해 탈출하는 경우가 모두 이 경우에 포함됩니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난민협약에 이러한 표현이 포함된 것은 매우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탈냉전 이후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요인은 최근에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할례나 명예살인 등의 피해자가 되는 여성, ()적 소수자, 교육수준, 특정 직업 또는 사회적 지위에 의한 차별 등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⑤ 정치적 의견(political opinion)

정치적 의견은 국가, 정부나 정당 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이나 의사 표현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정치적 의견은 개인의 신념 및 양심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 입증에 있어 매우 민감합니다. 하지만 이런 민감한 경우에도 신념이나 의견을 반드시 표현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 아직 표현되지 않았더라도 미래에 이를 표현하거나 드러나게 될 가능성만 있더라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정치적 의견을 표현 했느냐의 여부는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것으로 이를 난민이 되기 전에 표현했는가의 여부는 당사자의 의지와 자유일 뿐 난민의 여부를 결정짓는 조건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미래에도 표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 그러한 의견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버마의 군부 독재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의견으로 인한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버마 국내에서는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외국에 나와서 민주화 운동을 시작하였을 경우도 정치적 의견으로 인한 난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2007년 버마 샤프론 혁명 당시의 모습. 왼쪽은 시위 중인 승려들, 오른쪽은 시위를 취재하다 진압군에게 살해된 일본인 기자의 모습입니다.>

 



⑥ 복합적 작용

지금까지 난민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5가지 요인, 즉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이러한 구분은 인위적이고 이론적인 구분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현실에서 나타나는 난민의 원인들은 이러한 5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표면적인 원인과 근본적인 원인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종과 종교적 원인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정치적 의견 또한 다른 원인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의견이나 인종적 원인인데,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는 어떤 집단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이 작용하고 있다던가, 또는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빈곤이나 이해관계의 문제인데 그 이면에는 인종이나 종교적 박해가 작용하고 있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994년에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학살의 경우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인종적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 및 경제적 주도권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벨기에의 식민통치 시절부터 적용되었던 ‘분리와 통치(devide and rule)’이라는 역사적인 갈등이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방글라데시의 소수민족인 줌머(Jumma)인들의 경우, 댐 건설에 따른 수몰과 벵갈계 이주민들의 토지강탈 등 경제적 원인에 의해 본국을 탈출한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강제적 이주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인종 및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그 사회의 조직적 차별과 박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난민의 발생 원인을 이해하거나 어떤 사람이 난민이 된 원인을 이해하려 할 때에는 복합적이고 신중한 접근과 더불어 당사자의 입장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내재적 접근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국외에 머무는 자


현대 국제사회에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게 있습니다. 치안을 유지하고,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장애인이나 소수자들을 위한 배려를 시행하는 것은 모두 일차적으로 국가의 책임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외국 정부나 국제사회가 이에 개입하게 된다면 이는 내정간섭이라는 반발을 사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사람이 여전히 자신의 국적국 내부에 거주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보호의 책임은 해당국 정부에게 있게 되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제사회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외국으로 탈출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외국으로 탈출하지 못한 난민들을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s)이라고 하는데,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 난민 개념의 확대

 

앞서 살펴본 난민의 개념은 가장 전통적(보수적) 의미의 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난민의 의미는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1951년 난민협약에 규정된 전통적 난민으로부터 점차 확장되어 온 변화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1967년 난민의정서

 

1960년대 이후에 제3세계의 탈식민지화가 진행되면서 식민지배 하에서 억눌려 있던 각종 분쟁과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면서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운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난민의 범주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반영하여 기존의 난민협약에 명시되어 있던 난민에 대한 시간적 및 지리적 제한을 폐지하기 위해 난민의정서가 채택됩니다. 앞서 살펴본 난민협약 상 난민의 정의의 서두에 보면

 

1951 1 1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결과로서 As a result of events occurring before 1 January 1951

 

라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런데 난민의정서에는 이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난민협약의 시간과 지리적 제한을 폐지한 것입니다.

 

그러나 난민의정서는 난민인정 사유에 있어서 기존의 전통적개념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적(regional) 차원에서 특수한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난민 개념의 확대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현재까지 난민 개념의 확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역적 문서로 취급되고 것은 ‘1969 OAU협약‘1984년 카르타헤나 선언입니다.

 

 

2) 1969 OAU 협약 & 1984년 카르타헤나 선언

 

1960년대의 아프리카는 난민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생하던 시기였습니다. 1960년대 초반에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국가들로부터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인종, 문화, 종교적 차이와는 상관 없이 과거 식민지배 당시의 정치적 경계에 따라 국가간의 경계가 그어지고, 정부가 수립되면서 아프리카는 수 많은 내전과 사회적 갈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러한 내전과 갈등 속에서 난민들 역시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었던 것인데, 문제는 이렇게 대량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난민협약 상 난민의 정의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의 신념이나 정치적 의견 등과 상관없이 전쟁이나 내전으로 인해 외국으로 탈출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OAU(Organization of African Union, 현재의 African Union)는 아프리카 지역만의 난민의 개념을 정립하게 됩니다. 1969 OAU 협약은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규정되어있던 난민의 개념을 원용한 이후에일부 지역 또는 국가 전체에 대한 외부의 침략, 점령, 외국의 지배 또는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가 벌어지는 국가의 출신 또는 국적자 (1 2)“ 역시 난민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어느 개인이 난민으로 인정되기 위한 박해의 사유가 없다 하더라도 전쟁이나 내전으로 인해 외국으로 탈출하였다면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84 UNHCR에 의해 소집된 남미지역의 국가대표, 법학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협의회(Colloquium on the International Protection of Refugees in Central America, Mexico and Panama)에 의해 채택된 카르타헤나 선언(Cartagena Declaration)은 난민의 정의에 “일반화된 폭력, 국내적 분쟁, 인권에 대한 대규모 침해(massive violation of human rights) (3 3)”의 문제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내전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이나 인권침해를 피해 탈출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1970~80년대 남미의 군부독재정권들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정치적 테러로 인한 피해가 큰 영향을 미친 결과입니다. 이 당시 남미의 군부독재정권들은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폭력과 잠재적인 반대세력이 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고문, 납치, 살해 등을 저질렀는데, 이런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이들 역시 난민으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카르타헤나 선언은 남미 국가들에 의해 관습법으로 적용되며, 일부 국가에 의해 국내법으로 수용되었고, UNHCR 집행위원회, 미주기구(OAS), UN총회에 의해 지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난민에 대한 공부의 첫 번째 단계로 난민의 개념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난민협약 상 난민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난민의정서와 OAU협약과 카르타헤나 선언을 통해 확대된 개념들을 배워봤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난민들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는지, 난민협약의 내용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