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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뉴스 A/S ‘난민 등에게 의료혜택 제공’

지난 5월 31일 난민에게 의료혜택을 주기로 한 뉴스가 인터넷에 일제히 올라왔었습니다. 2009년 12월 말 처음 이 논의가 시작된 이래 5개월여의 준비를 거쳐 5월 31일 보건복지부와 법무부의 공동 발표가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난민에게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측면에서 분명 고무적인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지원 대상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까지 포함한 법무부의 결정은 전향적인 조치로 인정할만한 일입니다.



2009년 12월 중순 열악한 난민의 의료문제가 언론에 기사화된 후 보건복지부에서 난민 의료혜택 제공 의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었습니다. 난센은 보건복지부와 초기 논의 과정에서 난민신청자를 전면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일단 현실적으로 가능한 ‘외국인근로자등소외계층무료진료사업’부터 시행하자는 의견교환이 있었습니다.


‘외국인근로자등소외계층무료진료사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1. 지원 대상

노숙인, 외국인근로자 및 그 자녀, 국적 취득 전 여성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로서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의료보장제도에 의해서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자

* 난민인정을 신청한 사람(소송을 제기한 사람 포함),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 인도적인 사유 로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이 추가됨.


2. 지원내용

- 입원부터 퇴원까지 발생한 총 진료비를 지원하되, 1회당 500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

- 1회당 총 진료비가 5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자체심의(의사 2인 이상으로 구성)를 거쳐 총 진료비 초과사유서를 작성하여 시, 도에 제출하는 경우 1000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

- 1회당 총 진료비가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의 자체심의를 거쳐 총 진료비 초과사유서를 작성하여 시, 도에 제출하는 경우 1000만원까지는 전액지원하고 10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은 80%만 지원

* 법무부의 발표에 의하면 1회당 50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으나 그 이상의 진료비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임.


3. 시행주체

-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국립의료원

- 의료법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 중 무료진료 사업시행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의료기관

- 행정구역상 관할 시, 도에 등록 신청하여 시, 도지사로부터 무료진료 사업시행 의료기관으로 인증된 의료기관 (현재 지정병원은 64개)


4. 지원서비스

- 입원진료 및 당일 외래수술

- 입원 및 수술진료와 연계되는 사전 외래진료 1회, 사후 외래진료 3회 인정(무료진료 사업시행 의료기관내에서 이루어진 행위만 인정)


5. 적용수가

- 의료급여 수가를 적용

- 초음파와 식대는 전액 지원하나 비급여 항목은 제외

 


이상 살펴본 ‘외국인근로자등소외계층무료진료사업’은 난민 의료보장을 위한 첫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나 난민이 누려야 할 의료혜택의 전부는 결코 아닙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난민들에게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는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입니다. 감기와 같이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아야 할 가벼운 질병도 보험 혜택이 없어 1회 진료에 약값까지 대략 30,000원 정도 지불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조그만 질병에도 당장 현금이 없는 난민들은 난센 사무실까지 와 고통을 호소하면 병원에 데려가거나 아니면 난센 활동가가 난민의 집까지 가서 병원에 함께 가는 상황이 자주 있었습니다.


둘째는 진단을 받기까지의 비싼 검사비용입니다. ‘외국인근로자등소외계층무료진료사업’의 경우도 입원하고 수술을 하여야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진단받기까지 CT, MRI와 같은 검사비용은 비급여 본인부담입니다. 일단 진단이 나와야 큰 병원에 갈지 여부를 결정 하는데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에서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박해를 받고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과 부실한 영양공급으로 인해 조그마한 증상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난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난센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첫째 집에서 처치 가능한 가벼운 질병에 대처하기 위하여 비상구급약(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지사제 등)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한 제약회사의 협조를 얻어 물품기부가 확정된 상태라 6월 중 배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는 1차 진료기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난민 신청자를 민간단체의 의료공제회에 의무 가입토록 하는 방안이 가능한 대안인지 모색 중입니다. 이게 합당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난센은 월 회비 6,000원을 납부하기 위한 필요예산 14,400,000원(6,000원 * 12월 * 200명)을 모금을 통해 조성하여 무료로 가입시킬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난민은 거주 지역 주변의 의료공제회 협력병원을 이용하고 본인부담금 5,000원정도로 진료가 가능하리라 예상됩니다.


셋째 2차 진료기관은 이번에 시행되는 ‘외국인근로자등소외계층무료진료사업’을 통해 64개 지정병원을 이용토록 하고, 본인 부담금에 대하여는 법무부의 의료비 지원 예산을 증액토록 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넷째 3차 진료기관의 경우 병원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케이스별로 모금 등을 통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진료소와 난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별로 협력병원을 확보하여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을 통틀어 핵심 과제는 난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저 없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난민에게 시혜적 차원에서 의료혜택을 제공하기 보다는 건강보험에 난민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월평균 급여비가 2009년의 경우 49,569원인 점을 감안하면 난민 200명에게 1년간 건강보험 적용에 필요 예산은 1억 2천여만원이면 가능합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라 판단됩니다. 이와 별도로 난민의료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방안도 연구 중입니다.


난센은 난민이 우리 사회에서 차별 없는 법적지위를 누리고 특히 난민의 건강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쉼 없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