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1. 난센에서의 1년을 뒤로 하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한참 사무국이 정신 없을 때 자리를 비우게 되어 동료들에게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실 그닥 떠난다는 기분은 들지 않고 언젠가는 돌아돌아 난센을 다시 찾거나, 아니면 아예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이 기회를 통해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렵니다. 항상 배려해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주고, 좋은 제안과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존경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1년을 보냈고 많이 배웠습니다. 


2. 전례 없이 많은 관심이 난민을 향했고, 무겁고도 가벼운 말들이 넘쳐났습니다. 급속히 돌아가는 상황에 스스로가 태풍에 휩쓸린 나방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철학이 없어서일까요. 거센 바람에 날려갈 땐 날려가더라도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는 무게를 지녀도록 단련해야겠습니다.


3. 혐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난민에 대한 형편 없는 수사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를 굳이 열거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겐 혐오와 적대를 뚫고 나오는 지지의 언어는, 그것이 온정에서 비롯된 것이든,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든, 권리라는 공통의 믿음(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든, 난민에게는 물론 뜻을 함께 하는 사람에게도 청량제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떤 혐오의 목소리에도 주저하지 말고 어디서든 speak up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뜻은 표현이 되어야 힘을 가지니까요. 



그린


3주 전부터 난민신청 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거리에 나오신 난민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 계신 분은 벌써 단식을 시작한지 오늘로 19일째가 되었습니다. 당사자분은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거리에 나왔습니다. 자신이 쓰러져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합니다. 정말 거리에서 죽겠다 하십니다. 물도 안마시겠다고 하는 것을 활동가들이 물이라도 마셔라 설득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산 당일날까지 거리에서 시위하며 밥도 제대로 못드신 아내는 남편이 단식농성하다가 죽는 것에 동의를 한다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고있습니다. 


1. 단식농성 중인 난민분들을 지지하기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습니다. 페이스북 "난민함께공동행동"을 검색해 좋아요와 공유 부탁드립니다. 

2. 아래는 단식농성 중인 분들이 요구하고 있는 3가지 입니다. 이 3가지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질의를 넣어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첫째, 모든 난민신청자에 대해 인정심사절차를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신속히 하고, 지난 2년 넘게 결정이 지체되고 있는 저와 제 동료들의 난민신청에 대해 즉각 답해 주십시오.  


둘째, 대다수의 진실된 난민신청을 조직적으로 왜곡한 법무부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실시해 주십시오. 


셋째, 모든 난민에 대한 모욕과 멸시를 멈추고 우리를 인간답게 대우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동 안 우리에게 가한 학대에 대해 사과해 주십시오.




이슬


  눈앞이 캄캄한 일을 겪을때마다 저를 붙들고 울어주거나 저보다 더 답답해하며 화를 내 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했고, 캄캄한 앞길을 환하게 해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그 몇몇의 눈물과 침(주로 “어떻게 그럴쑤가 있쒀!” 또는 “아니 이게 말이 투에~는일이야?!”같은 대사에서 튀긴 침. 가끔은 콧물과 함께...)이 없었더라면  저는 어떤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리고 말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도 아니었어요. 아주 몇몇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또 눈앞이 캄캄해져갈때마다 저는 그 몇몇을 떠올리면서 살고있습니다. (눈으로 비로 오는 도깨비는 없어도 눈물과 침으로 오는 친구들은 있다…★)


  난민은 어떤 집단이나 거대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 옆에 서면 딱 당신 만큼의 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에요. 당신 옆에 앉으면 당신이 앉기 위해 필요한 딱 그만큼의 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고요. 그리고 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거대한게 아닐겁니다. 제가 그렇고 당신이 그렇듯이요. 


  스스로를 ‘국민’이라고 명명하는 거대해보이는 집단이 난민을 오직 집단이나 괴물로만 상정하는 것을 볼 때,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난민을 '사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구나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난민이라는 집단’을 ‘우리라는 집단’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태도로 접근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스럽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난민 곁에서 침 튀겨 줄 몇몇은 이미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말리는 단식 농성을 이어갈수밖에 없는 절박한 난민신청자들곁에도요. 단식 농성이라는 선택이 옳든 그르든 간에, 옆에 있는 몇몇의 수분이 있으니 그분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몇몇의 우리들. 가끔은 눈물로, 가끔은 침으로 (가끔은 콧물을 동반하여…) 계속 곁에 있어줍시다.




허니


정신 없이 여름을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각자의 삶 속에서 열심히 살아왔던 난민당사자와 활동가들이 갑자기 많은 관심과 주목, 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참 어려웠습니다. 나와 내 가족 살아내기도 너무 팍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함께할 공간을 만들어가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있게 들릴 것인가. 우리는 국민이기 전에 사람이고, 인권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 굉장히 공허한 주장처럼 여겨지는 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렇지만 더 분명하게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개개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하고,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하고, 혐오의 표현을 스스럼 없이 하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것은 언젠가 누구에게나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서로서로를 지지하고 지탱하며 삶의 위협들로부터 존엄함을 해치지 않게 애써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권이 침해받는 현장을 알리고, 인권을 지켜내고 알리기 위해 동료 활동가들과 열심히 뛰었던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난민이슈가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난센의 역할과 책임이 무겁게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버겁기도 하고, 활동가로서의 자질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뛰고 함께 뛰는 동료들이 있어서 조금 더 자신있게, 행복하게 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여름 묵은 숙제들을 함께 해냈던 든든한 동료활동가가 난센 활동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많이 아쉽고 빈자리가 정말 클 것이 두렵고 허전합니다. 마지막이 마지막이 아닐거라 기대하며 건강하게 동료들과 가을을 나야겠습니다.




노공


휴가기간 동안, 강정에서 성산까지 생명평화대행진에 얼렁뚱땅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부터 70세 이상 까지 사는 곳 만큼 다양한 300 여 명 의 참가자들이 제주의 뜨꺼운 도로를 강정에서 성산 까지 며칠에 걸쳐 걸었습니다. 너무 더워서 중간 중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산포가 가장 잘 보인다는 오름들을 오르며 시원한 바람과 함께 우리가 있는 그 오름들이 제주제2공항이 건설되면 모두 깎여나가게 된다는 마을 분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 이런 ... 기사로 보기만 했던 내용은 실제로는 너무나 끔찍하리라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강정해군기지건설로 두 동강이 난 마을, 성산 역시 공권력이 마을 사람들을 이간질 시키기에 공을 쏟고 있는 상황, 2공항의 밝혀지지 않은 용도, 미해군핵잠수함의 비밀 입항, 가짜환경보고서 ...

 

대행진 후반부에 마련된 평화캠프에서는 사람책 시간이 있었습니다. 한국군 베트남 참전, 성소수자, 병역거부, 제주 4.3 등 평화와 인권에 대하여 주제 별로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 제주예맨난민 관련 사람책도 있었습니다.

제주에 계신 예맨난민분들을 어렵게 모시고 캠프 참가자들이 궁금했던 내용들을 당사자들께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여 당사자들이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가느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관심이 쏠렸습니다. 참가자들의 질문 속에 난민분들을 타자로 대하는 시선이 묻어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을 짚어 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그 자리가 더욱 특별해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가짜 뉴스가 가리고 있는 중요한 사실들.

 

생명평화대행진, 내년에 다시 가야겠습니다 ^^!!



나무


7월부터 난센에서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년 전의 저는 가리봉동 난센 사무실에서 부산하게 난민들과 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고 슬프고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낯선 땅에 정착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5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블랙홀처럼 무한히 길면서도, 바로 얼마전에 있던 곳에 다시 돌아온 것처럼 짧습니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 낯선 이 이상한 느낌. 다른 활동가들과 호흡을 맟추기 위해 대부분의 것을 새로 배우고, 출산과 육아의 시간을 거치면서 느려진 생각의 리듬을 다시 민첩하게 만들어 봅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난센 활동을 다시 시작하니, 내부자이면서 외부자로서 난센의 지금을 5년 전의 눈으로 읽는 것이 이상하고도 흥미롭습니다. 창립 초기의 난센은 실험하고 도전하면서 모든 걸 배우는 어린아이에서 어느덧 어떻게 세상을 걸어나아가야 할지 생각을 다듬는 청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쉽지 않았을 세대전환의 과정에서 묵묵히 길을 걸어온 활동가들이 너무나 고맙고 든든합니다. 하지만, 최근 이슈로 인해 전쟁터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저는 우왕좌왕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마음을 다잡습니다. 5년간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5년전과는 또다른 현실 앞에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으니 너무 급하지 않게 한발한발 내딛어 보렵니다. 동료 활동가들 및 난센 곁에서 힘이 되어 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