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2월 활동가이야기








이슬


회의는 방울방울. 회의 회의 또 회의! 2월에는 본격적으로 난센이 가야할 바에 대해서 세 활동가가 모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주 많-이요. 일을 하면서 근본적인 얘기를 한다는 게 이상하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난센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난센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의 이야기는 더 이상 뒤로 미루고 갈 수 없는지라 열일 제쳐두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추가근무를 밥먹듯 하는 활동가가 2/3이 이상이었다고한다….또르르…)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활동해 온 시간이 비슷해서인지 생각의 전제도 고민도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도 비슷했고, 무엇보다도 일단은 서로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몸짓들이 참 좋았습니다. 륜지곤지(류은지고은지+_+)는 참 예쁘고요. 결국 서로 같은 얘기를 하면서도 이야기의 순서나 결이 달라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런 건 서로가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때까지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되고 정말 고된 시간이었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고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노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겠죠. 혹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도 어느정도 공통된 부분들을 찾아 이어가며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더 배우고 싶습니다. 저는 많이 부족하고, 아직도 잘 모르겠는 수수께끼같은 일들이 많이 있지만 이렇게 서로 의지해가며 일하다보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활동가 이야기를 보고계신 당신은 난센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요? 믿고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지 않아도 재촉하지 않는 분들께 감사하고, 일단은 신뢰로! 저를 아껴주는 활동가들에게도 감사한 2월입니다 :) 곧 봄이오겠네요.




류은지


아침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어 집에서 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어날 수가 없고 앉아있기도 힘들어, 음악을 듣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하루 종일 누워있었습니다. 눈물이 나면 울고, 그러다 잠이 들고, 그러다 다시 깨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또 울고, 또 자고 그냥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난센이 좋은 이유를 떠올려보자면 끝이 없습니다. 조직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논의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대화를 통해 조율할 줄도 알고요. 우리가 하는 활동만큼 서로가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난민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 함께 누리는 일상을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곳. 이보다 좋은 곳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춰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민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질 못하겠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나면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돌 하나가 더 얹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보호소에 있는 이들에게서 온 전화를 받을 때면, 난민사건과 관련해 상담을 할 때면 전화를 얼른 끊어버리고만 싶습니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의심하고 제도를 비판하는 게 이제는 버겁습니다. 변하지 않는, 아니 악화되는 상황을 볼수록 무기력감이 깊어집니다. 감정을 이입하고 분리하는 과정이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무뎌졌다고 생각했다가도 만났던 얼굴들이 떠오르면 무방비하게 무너져내리고 맙니다.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기억과 감정들을 꾹꾹 눌러보지만, 슬픔에 무뎌질수록 삶에도 무감각해집니다. 예전엔 주기적으로 감정을 토해내곤 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하질 못하겠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어가 찢겨진 흔적을 바라보고 울음을 토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렇게 토해낸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지 모르겠어서, 아니 아무는 속도보다 새롭게 찢겨지는 속도가 더 빨라서 바라본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난센의 미래를 논의하며 함께 웃고 춤을 추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는데 더이상 괜찮다 말하질 못하겠습니다. 이젠 정말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을 감당할 힘이 남아있질 않습니다. 불안정한 난센이 자리를 잡기까지 조금 더 이곳에 남아있어야 할지, 더 건강하고 열정있는 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지, 무엇이 저와 난센에 가장 좋은 선택지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나간 날들과 사랑했던 기억이 뒤엉켜 슬프고 미안하고 답답하고 혼란스럽습니다.




고은지


슬 활동가의 이야기처럼 지난 2월 사무국은 회의하고 회의하고 회의했습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활동가들이 논의한 것은 난센의 '소셜임팩트프레임워크'입니다. 소셜. 임팩트. 프레임. 워크. 라니 뭔가 말이 길어서 거창한 것 같지요? 네... 거창했어요. 소셜임팩트 프레임 워크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제대로 창출하고 있는지, 해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캐물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사명(미션)과 비전을 기반으로한 중장기 핵심목표와 연간 사업성과지표 등이 필요합니다. 즉 난센이 만들어낼 사회변화를 염두하고 활동을 설계하고 실행하며 평가를 반영하는 구조[각주:1]를 짰다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난센이 만들어낼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 되어야할까요?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길게는 50년, 짧게는 올 한해를 내다보며 난센이 창출해낼 가치를 하나 하나의 활동에 녹이려고 고민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기반을 잘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세계체제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나오거나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향후 100년, 200년 뒤에도 여전히 '악어'와 '뱀' 사이에 껴 있을[각주:2]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떻게 전략적으로 싸워나갈 것인가? 어떻게 연대해 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이 수반됩니다. 긴 싸움이 필요하니까요. 또 어떻게 결과만이 아닌 과정의 인권을, 말만이 아닌 행동의 인권을, 제도뿐만이 아닌 문화의 인권을, 문화뿐만이 아닌 삶의 인권을, 인권이 아닌 존엄을 만들어갈 것인가? 라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여전히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야기들은 종결형이 아니라, 진행형이 될 것입니다. 며칠내내. 하루종일. 쉴틈없이.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거듭될 수록, 함께 춤추고 있는 륭과 슬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 사람들이 실제로 춤을 추면서 회의를 했습니다. 하하하) 사무국에서 2월 내내 논의 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3, 4월 동안은 운영위원회와 총회 등에서 더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신나서 춤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5년 하반기부터 진행되었던 세대전환 컨설팅과 소셜임팩트프레임워크 작업을 일단락하며 쓴 소감을 끝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처음 세대전환 컨설팅을 시작할땐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있는 조직운영의 역량을 어떻게 하면 분산시켜 지속가능하게 조직 운영을 할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직운영에 수반되는 프레임 워크 등의 여러가지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논의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이 거듭될수록 프레임워크보다 서로 신뢰하며 소통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프레임워크도 너무 중요합니다!) 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것이죠. 거듭된 논의를 통해 우리만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힘을 받았습니다. 남아 있는 활동가로서, 우리가 가진 역량과 색깔로 조직을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는 신뢰와 확신을 쌓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현재 난센의 활동가들은 이 분야에서 최소 4년 이상을 활동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 다만 조직 운영의 경험이 없고 '어린 여성'들이기에 주변의 불신과 불안들이 더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안의 불신과 불안이 사라졌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며 주변에 난센을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걸 더 깨닫게 되기도 했구요. 이제는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잘 통과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단단해졌습니다. 더 단단해질 것이구요."





 

  1. NPO의 소셜임팩트와 이슈의 흐름, 서울시NPO지원센터, 2015년 [본문으로]
  2. 한 로힝기야 난민분의 표현을 빌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