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권센터에서는 국내 난민 현황에 더해 해외 각지에서 전해오는 난민들의 삶과 이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소식을 전합니다



나눔의 대가: 방콕의 딜레마




방콕에서는 도시에 거주하는 난민의 생계 유지를 위한 중심적 역할을 현지의 신앙기반 단체들이 담당한다그리고 이런 현실은 모든 관계당사자들이 마주한 도전과제이다.


현재 방콕에 머무는 도시 난민 인구는 2013년 초반과 비교하여 5배가 넘게 증가한 8,000명으로 추산되며 이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기에 신앙기반단체(faith-based organization, 이하 FBO)의 역할이 방콕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태국은 난민협약 가입국도 아니며, 도시 난민을 보호할 국가적인 틀도 갖추지 않았다. 태국의 난민들은 체포, 착취 및 구금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채로 살고 있는데 이는 삶과 생계를 위한 선택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상대적으로 최근 난민이 되어 유입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리가 잡힌 난민 커뮤니티의 지원도 많지 않다. 수 천여 명의 방콕 난민들은 생존을 위해 NGOFBO에 기대고 있다.


(출처:https://flic.kr/p/mPVUxc)


방콕의 난민과 지원단체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한 두 개가 아니다. 도시 난민에게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는 NGO가 소수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나마 이들 중 다수는 예산이 정체되거나 삭감된 상태다. 난민에게 지원되는 서비스, 그 중 특히 물질적(금전적) 지원은 중단되고 있거나 늘어가는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다. 난민들은 UNHCR이나 NGO가 제공하는 물질적 지원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FBO와 그 중 특히 교회를 찾는다. 교회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많은 도시 난민들은 교회와 교회의 사명 및 신도, 방콕의 NGO, 그리고 난민 스스로에게도 많은 도전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왜곡된 역할

FBO들은 난민 지원으로 인해 단체의 주요 사명과 목표로부터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해왔다. 한 교회는 난민 지원이 교회의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원을 통해 더 많은 난민이 교회를 찾으면 교회가 하고자 하는 예배와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개신교 목사는 난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예배 후 식사를 함께 하러 교회를 찾으면서 이 평범한 전통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회 활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신도들이 난민들에게 악감정을 갖게 되고, 결국 전통도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인력과 시설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가진 모든 것을 난민 지원에만 쏟아 부어야 할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사명은 아닌 것 같다. 도움을 주긴 해야겠지만 하지만 난민 지원이 교회의 중점 사역은 아니지 않나. 물론 그렇게 되기가 쉬울 것 같긴 하다. “ 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다.


(출처:https://flic.kr/p/bRXtKp)


역할의 왜곡은 난민들에게도 예민한 문제다. 종교적 박해 때문에 고국을 떠난 많은 기독교인들은 교회 출석의 의미가 달라졌음을 깨닫게 된다. 한 난민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교회를 간다기보다는 먹을 것을 얻거나 지원이나 기부금 등 다른 이유로 교회에 나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정신건강과 신앙생활에 절대로 좋다고 볼 수 없죠. “라고 말한다. “구걸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움을 받으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교회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또 다른 난민의 이야기다.

그뿐 일까. 물질적 지원은 목회를 하는 교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한 목사의 말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한가지는 난민 커뮤니티에 필요한 지원이 워낙 크다는 것이다. 이들을 도우려다 보면 우리가 교회로서 가지는 주요 사명에 집중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FBO가 난민 지원 단체로 느껴지기 시작할 수도 있고, 또 난민 지원을 담당하는 일부 직원들은 연민 피로(compassion fatigue)의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가 대화를 나눈 많은 난민들은 좋지 않은 대우를 받았고 이에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 난민은 먹을 것 조금 얻어보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기분은 진짜 별로에요. 교회 직원들도 기분 나쁘게 대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난민들의 태도도 별로고요. 좋은 경험이라고 볼 수가 전혀 없죠.” 이런 이유로, 비종교적 기관에서 지원 받기를 선호하는 난민들도 있다. “교회보다는 UNHCR이나 NGO에서 지원받는 것을 훨씬 선호해요. 교회는 긍지를 갖고 가고 싶은데, 사람들은 우리가 도움을 구하러 왔다고 생각하고 정말 예의 없이 구는 사람들도 있어서 정말 당황스럽거든요.”


협력의 필요성

방콕의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식량 및 금전적 지원으로는 난민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치 않다. 그래서 많은 난민들은 하나 이상의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 요청을 위해 기관을 찾을 때마다 고국을 떠나야 했던 이유와 현재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난민에게는 2차트라우마의 위험이 있다. 또한 트라우마의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가능한 한 많은 지원을 얻기 위해 이들은 스스로를 취약한 존재로 보이려 애쓰게 된다. 한 난민 상담자는 특히 방콕에서 내가 우려하는 것은 난민의 피해자화이다. 난민은 오로지 자신의 트라우마와 자신이 도망쳐야 했던 이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도록 강요 받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난민의 자립이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일부 난민들은 충격적인 이야기가 지원을 보장해 준다고 믿는다. 한 목사의 말에 따르면 난민들의 이야기와 지원 요청을 듣고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대답을 해야 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부분이다.

방콕의 비종교적 난민 지원 기관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난민의 상황을 판단하고 직접 지원을 거절해야 할 때가 있고 권리에 기반한 접근방식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이들은 여타 서비스 제공 단체들과 협력하여 재원을 공유하고 기준을 제시한다. 일상적 소통뿐 아니라 정기 회의를 진행하고 주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관계된 모든 기관들이 상호 책임을 지고 서로를 지원한다. 하지만 FBO는 실질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 문제에 관하여 이와 같은 지지기반과 참여가 없다.

이런 문제점을 혁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방콕 난민신청자난민 지원 네트워크(Bankok Asylum Seekers and Refugee Assistance Network, 이하 BASRAN)를 설립했다. BASRANFBO, 난민 지원 단체, UNHCR를 포괄하며, 방콕의 도시 난민 서비스의 조정을 목적으로 한다.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회의는 난민 지원 단체와 FBO의 중립적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 난민지위인정 절차나 비호에 있어서 UNHCR의 역할 등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에서부터, 커뮤니티 안에 팽배한 루머를 불식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정보 공유의 장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집할 수 있는 관계자들의 지식 확장 촉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이를 통해 난민 커뮤니티의 문제들을 대처함에 있어 시의적절하고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 BASRAN을 통해 연계된 NGO, FBO와 난민 커뮤니티 리더가 커뮤니티 내 금품 갈취에 대해 대처했던 사례가 그 일례다. 당시 피해를 입은 개인을 지원하고 커뮤니티 내 착취 위험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았다.


(출처:https://flic.kr/p/a31B5x)


BASRAN에는 방콕의 난민 지원 업무 담당자들의 공조와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주요 이슈들에 관한 별개의 실무 그룹들이 있다. 최근 교육과 보건에 초점을 둔 실무 그룹에는 이러한 영역에 관심을 가졌거나 기술을 가진 난민 스스로가 참여하고 있으며 자신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구축에 애쓰는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BASRANFBO의 역량 강화 및 업무 지원을 위한 장이 될 수 있다. 난민 서비스 제공이 단체의 사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여 직접적으로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자 하는 FBO들이 있는데, 이 단체들은 지원을 눈에 덜 띄는 방식으로 계속하도록 장려되고 있다. 바로 난민 지원을 위한 서비스 및 활동을 운영하는 기관에 금전적·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수혜자의 영성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물질적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수준 높은 지원을 모색하려면 모든 도시 난민 지원 관계당사자 간의 의사소통이 핵심적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난민 지원 기관들은 도시 난민 지원 활동에 적극적인 FBO가 반드시 동참할 수 있도록 협력적인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원문기사:사빈느 라리보, 샤론느 브로드헤드(Sabine Larribeau, Sharonne Broadhead)

원문링크: http://www.fmreview.org/faith/larribeau-broadhead.html

번역: 고지혜(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김지예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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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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