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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으나,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박준량(광고AE)


<거북이도 난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쿠르드난민과 관련한 정보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는 일은 쉬웠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들은 국가 없는 민족이며 끊임없는 수난 속에 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정보를 읽고 듣는 것은 실감, 혹은 절감하는 것과 다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를 보고 나치의 폭력성을 절감하였다 말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바흐만 고바디의 <거북이도 난다>에서 전쟁터의 쿠르드족 아이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처참하게 슬펐다. 나는 울었다. 그럼에도, 쿠르드난민들의 삶을, 나는 알 수 없다.



간략하게 주요 인물들을 정리하면, 지역 아이들의 리더이자 위성 안테나를 다룰 줄 아는 소년 '위성'은 난민들의 유일한 정보수단인 위성뉴스를 통해 난민들 사이에서 나름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위성이 좋아하는 아그린이라는 소녀가 있으며, 두 팔이 없지만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오빠 헹고와, 이라크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해 낳게 된 아들 리가가 아그린의 가족이다.


 드라마] 이라크 침공속에 어린 꼬마 리더!! [ 거북이도 난다 ] 한글자막 #4


영화의 시제는 크게 3개로 구성된다. 아그린의 플래시백으로 보여지는 과거는 아프다. 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역시 쿠르드족들에게 힘겹다. 그들 중 많은 수는 다리 혹은 팔이 없거나, 빛을 보지 못하거나 소리를 듣지 못한다. 헹고가 보는 미래는 물음표로 머물러 있으나, 미래가 현재와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 그래서 헹고는 영화에서 미래를 보는 초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다. 쿠르드족이라면 누구나 앞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거고, 그들은 여전히 힘들고 어둡고 아플 것이다.


 드라마] 이라크 침공속에 어린 꼬마 리더!! [ 거북이도 난다 ] 한글자막 #6


다시 그래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조그만 희망도 볼 수 없다면, 죽음은 영화가 아그린에게 주는 선물이다. 아그린은 아들 리가를 죽이고 자살한다. 관객에게는 윤리적으로 충격적인 장면이나 현실적으로 납득 가능한 장면이다.

 


좋은 서사는 하나의 진실을 발견하게 한다. ‘유부녀와 불륜하다 젊은 청년이 자살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사실 속의 진실을 찾기 위해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적었다. ‘쿠르드 난민들이 힘겹게 살고 있다는 사실 속의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바흐만 고바디는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완벽하게 알 수 없다하더라도 외면할 수 있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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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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