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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이주 용어의 중요성


이주 용어의 중요성

FMR 제 51권 2016년 1월호



"사람은 불법의 대상이 될 수 없다행위만이 불법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용어의 사용이 의미 전달에만 영향을 미치고 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말과 글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주 관련 용어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유럽 난민사태에 관한 최근의 논의와 해결노력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격렬한 논쟁에 관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주민을 서술하는데 사용되는 부정확하고 때론 선동적이기까지 한 용어들이다. 잘못된 용어의 사용은 자칫 이주민의 권리 행사를 침해할 위험까지 안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유럽으로의 이주 행렬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됐던 위기라는 단어가 적절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국가들은 이미 상당한 기간 동안 유럽보다 급격한 이주 인구를 경험해 오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유럽과 비교해 물자도 확연하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2015 11월 중순을 기준으로 7600만 인구의 터키는 218 1293명의 시리아인을 수용하고 있다. 이는 터키인 35명 당 시리아인 한 명이 거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요르단의 경우 10명 당 한 명, 레바논의 경우 무려 5명 당 한 명이 시리아인이다. 유럽에서 위기라고 규정할 때는 항시 같은 규모를 기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법 그리고 불법


용어에 관한 논쟁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정치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용어는 이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 대중, 언론인,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주민을 오로지 불법합법이주민으로 양분하여 일반화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이런 이분법은 올바르지 않다.

 

사람은 불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행위만이 불법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불법은 사법적 판단이 내포된 어휘로 이주민에게서 변론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형사법상 불법 행위로 기소된 개인의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피고인을 죄인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공개적 발언을 하는 언론인,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맥을 함께 한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단어는 공인들의 이주에 대한 논의에서 흔히 사용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기사와 법정 판결에도 등장한다.

 

몰래 국경에 진입한 이주민을 언급할 때 유효한 체류자격의 부재를 의미하는 불법이라는 용어가 종종 사용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유효한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민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비난이 쏠리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유효한 체류자격이 없는 이민자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허가 받은 체류 기간을 초과하여 거주 중인 이민자들이다. 이런 체류기간 초과자가 소위 말하는 불법체류자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유엔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은 미등록 입국은 행정법규의 위반일 뿐 형사상 범죄는 아님을 역설해왔다. 국제이주기구를 비롯한 국제 기구들은 1975년 유엔의 결의안 채택 이후 오랫동안 불법이라는 어휘 대신 ‘미등록(원문 표기상 irregular 이지만 국내에서는 undocumented의 번역인 '미등록'을 주로 사용하여 미등록으로 표기) 이라는 어휘를 사용할 것을 권고해왔다.

 

 

밀입국(smuggling)과 인신매매(trafficking)


밀입국과 인신매매가 별개의 범죄라는 인식이 제고되어야 한다. 언론인과 정치인 모두 이 둘을 따로 분류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 둘을 분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국제법과 유럽연합법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는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인신매매 피해자를 정확하게 구별해내지 못한다면, 보호를 제공할 수도 없다. 무력, 강제, 사기, 기만 등의 수단을 통한 피해자 착취의 의도가 있을 경우 인신매매로 규정되며, 인신매매는 합법적 혹은 불법적 국경 횡단과 반드시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밀입국의 경우 금전적 혹은 기타 물질적인 이득을 위해 국적이나 거주자격이 없는 국가로의 불법적 입국을 알선하는 범죄로서 불법적 국경 횡단이 반드시 전제된다.

 

이주민이 필요로 하는 보호 및 서비스가 적절히 배정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주민 각자의 상황 분석을 통해 인신매매의 피해자인지 밀입국 범죄의 피해자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신매매이든 밀입국이든 범죄를 저지르는 쪽은 가해자이지 이주민이 아니다.

 


난민(refugee), 비호 신청자(asylum seeker), 그리고 다른 이주민들(other migrants)


난민 보호 실행 계획에 관해서는 정치인들 간에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민에게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 이들은 선한이주민들로 그들에 대한 권리는 유엔 난민협약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비호 신청자들의 경우 정치인,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들로부터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비호 신청자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호는 법으로 규정한 특정한 의미를 가지며, 비호를 원하는 모든 이주민이 비호 조건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호 지위에 관한 결정은 이주민의 비호 신청 권리와는 별개이다. 실질적으로 비호 지위 부여 여부와 관계 없이 이주민은 비호를 신청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이주민을 경제적 이주자라고 분류하고, ‘나쁜이주민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이를 부추기는 것이 바로 사리사욕이다. 법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이주자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 조약에 존재하는 이주노동자와 같은 용어들이 보다 더 적절하다. 이주를 결정하기까지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이주자와 같은 지나치게 폭넓고 부정확하게 구분하게 되면 이주민 개개인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주지 못한다. 그래서 경제적 이주자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이들이 정규화된 지위의 자격이 없기 때문에 입국을 거부하거나 송환시켜도 된다는 잘못된 가정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상황에 따라, 난민이나 비호 신청자가 아닌 이주민도 수용국에서 정규화된 지위를 가질 법적 근거를 갖는다. 그리고 그 어떠한 경우라도 모든 이주민은 존중 받아 마땅한 권리를 가진다.

 

합리적이고 신뢰할만한 해결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주 관련 담론에서 위에 제시된 차이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효율적 이주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의 틀을 만들어감에 있어 용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원문기사:파올라 빠쎄, 크리스티 세브란스(Paola Pace and Kristi Severance) 

http://www.fmreview.org/destination-europe/pace-severance.html

번역: 고지혜 (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김지예 (난민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