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로 하우스에서 점심을 먹던 중, 로메로의 인턴인 니콜이 제게 어디에서 지내고 있는지 물었어요. 

저는 근처의 호스텔에서 지내고 있다고 대답했죠. 그러자 니콜이 말했어요.

 그럼 우리랑 같이 지내도 돼. 공용공간이 있는데 손님이 오면 거기서 잘 수 있어

그길로 저는 완다하우스에 짐을 풀었고,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로메로하우스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답니다. :)


 


[륭륭의 캐나다 방문기③] 로메로하우스 인턴의 일상


 


(세번째 줄 왼쪽부터 제이슨, 샘, 두번째 줄 왼쪽부터 제임스, 살, 그리고 첫번째 줄 왼쪽부터 젠(M), 니콜, 젬이에요. 

이 중 젠이 디렉터이고요, 제이슨, 살, 그리고 이 사진에는 없는 또다른 젠(S)이 2년차 인턴이에요. 나머지는 1년차 인턴이고요.)






  


완다하우스 소개에서 보셨던 이 공간을 기억하시나요? 왼편에 있는 쇼파를 펴면, 이렇게 멋진 침대로 변신합니다>.< 

이 곳은 15년 전 김성인 국장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한데요, 저는 이 곳에서 총 다섯 밤을 잤고, 그 중 3일 간 인턴들의 생활을 관찰했어요. 

 


[금요일 저녁] 생일, 난민인정, 이사 축하 파티

로메로하우스에서는 축하할 일이 있으면 함께 파티를 하곤 하는데요, 이 날은 특히 키일하우스에 축하할 일이 많은 날이었어요. 3층에 사는 에리트리아 여성의 생일이었고, 2층에 사는 몽골이 가정이 난민인정을 받았고, 1층에 사는 가정이 더 큰 집을 얻어서 내일 이사하게 되었거든요. 밝은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난센에서는 축하할 일이 많지 않았기에 이들이 부럽기도 했어요. 함께 산다는 건 함께 축하할 일도 더욱 많아진다는 것 같아요. :)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다양한 나라의 맛있는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답니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생일 케익에 스파크를 꽂고 예쁘다며 좋아하고 있었는데....


화재 경보기가 울려서 난리가 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로 몇 번 더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여섯명의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고 ㅋㅋㅋ 

조금 정신이 없긴 했지만 정말 즐거운 밤이었답닙다 


 

[토요일 오전] 이란난민 가정방문

토요일 아침, 젬마(Gemma)와 함께 이란 난민 가정을 방문하러 나섰어요. 영국 출신의 젬마는 강제이주와 난민에 대해 검색하던 중 로메로하우스를 알게 되었고, 9월에 캐나다에 오게 됐다고 해요



로메로 하우스 인턴들은 담당하는 난민을 컴패니언(Companion, 친구)이라고 부르고, 로메로하우스에 거주하는 난민을 레지던스라고 불러요. 각각의 인턴은 6-7가정 정도의 컴패니언이 있는데, 그 중 1-2가정은 로메로하우스에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는 로메로하우스 외부에 살고 있어요. 외부에 있는 이들은 로메로하우스에 자리가 없어서 들어오지 못하거나 로메로 하우스에 있다가 외부로 나간 사람들인데, 인턴들은 이들을 2-3개월에 한 번씩 방문하고 필요한 것들을 전달한다고 해요. 오늘 방문목적은 옷과 푸드카드를 전달하고, 가구 등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어요. 멀리 있는 컴패니언은 평일에 방문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말에 방문하곤 한다고 해요



  

 

드디어 도착 :-) 40대 정도의 여성과 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딸, 그리고 7-8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요, 그들은 웃는 얼굴로 저희를 반겨주었고,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었어요. 저희는 음식을 살 수 있는 기프트 카드와 옷을 전달했어요 그 여성은 영어를 잘 배우면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기에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었고, 젬마에게는 딸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어요. 또 난민인정절차를 위해 신분증과 증거자료의 번역을 요청했고요



[토요일 저녁] 에리트리아 난민을 위한 모금 행사



최근 지중해를 넘는 난민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요그렇게 희생되는 친구와 가족들을 위해 에리트리아 커뮤니티에서 기금 모금행사를 마련했어요그 곳에 로메로 하우스도 초대를 받았답니다. 행사 소개가 이어지고, 에리트리아 난민들이 나와 에리트리아에서 캐나다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발표했어요. 에리트리아 음식을 나눈 후 경매가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경품 추첨이 이어졌어요. ^0^



  

 이 날 저의 역할은 저 아이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는 거였어요. 행사 도중 아이가 저를 끌고 뒤로 나갔는데, 그 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술래잡기가 시작되었고..행사가 끝날 때까지 행사장을 뛰어다녀야 했답니다 

 

 

[일요일 오후] 키일하우스 페인트칠

쌀쌀한 일요일 아침, 젬마는 아침부터 페인트칠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어제 함께 행사에 참여했던 에리트리아 가정이 다음주에 키일하우스 3층에서 1층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오기 전에 방을 페인트칠 하고 싶다고 했어요. 처음 젬마가 캐나다에 왔을 때 낯설고 외로웠었는데, 그 때 S씨가 젬마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고 해요. 그 후로도 젬마는 S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젬마는 S씨가 자신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라고 했어요.




오전에는 젬마와 니콜이 페인트 칠을 하고저는 니콜이 떠난 오후에 페인트칠에 합류했어요.



  


 2층에 사는 몽골 가정이 저희에게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 주셨는데요,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그 가정에서 무려 김치볶음밥을 맛보았어답니다! >공간이 넓은 건 아니었지만 둘이서 하려니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러다 S씨가 내려와서 갓구운 따뜻한 빵과 핫초코를 주고 가셨지요. , 정말 잊을 수 없이 따뜻했어요페인트칠은 9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고, 저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완다하우스로 돌아와 잠을 청했답니다.



 

[월요일 오전] 기도모임, 아침회의

매일 아침은 기도모임으로 시작되는데요, 기도모임은 845분부터 약 15분 가량 진행이 된답니다. 여기 있는 인턴들 모두가 기독교 문화권에서 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익숙한데, 교회에 가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 모두가 종교적인 사람인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난민들에 대해서도 종교적으로 열려있다고 하고요. 




기도모임이 끝나고 키일하우스에서 회의가 진행됐어요. 주말에 각자가 한 일들을 나누고 이번주에 있을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죠. 수요일부터는 다들 CCR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라 이번주는 특히 바쁜 주가 될 거라고 했어요.

 


[월요일 오전-오후] 업무 시작!


  


니콜은 오늘 있을 기니아이의 생일 파티를 위해 당근머핀을 만들거라고 했어요니콜과 함께 달라라마(우리나라의 다이소 같은 곳)에 가서 머핀시트와 생일선물을 사온 후 맛있게 머핀을 구웠어요. >.<




  로메로하우스에서는 일년에 두 번 뉴스레터를 우편으로 발송하는데요이번주가 바로 그 뉴스레터 발송주간이었어요젠(s)이 뉴스레터 제작과 발송을 담당하고, 샘이 이를 보조하고 있어요. 오늘은 1000장 정도 되는 뉴스레터 발송을 위해 2명의 자원봉사자가 왔어요. 저도 그 틈에서 함께 뉴스레터를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였답니다.


 


  오늘은 정말 다들 정신 없이 바빴어요. 특히나 자원봉사자와 손님이 많아서 식사를 준비하는 살이 고생을 하기도 했고요. 제임스는 오늘 취업허가를 받는 난민신청자를 도왔고, 젬마는 지난주에 만난 이란 컴패니언을 위해 학교를 알아보고 번역자를 찾아야 했어요. 제이슨은 컴패니언에게 가구를 전달해야 했고요. 또 몇몇은 어떤 레지던스의 집에 빈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걸 확인하러 가야했지요.

 

  난센의 경우 보통 난민들이 오면 인터뷰실에서 그들을 만나는데 이 곳은 사무실에서 난민들과 함께 일을 처리한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 더 정신없어 보이기도 했구요. 또 자원봉사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었어요. 리셉션을 자원봉사자가 담당하고 있어서,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자원봉사자가 먼저 전화를 받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연결해주더라고요. 또  뉴스레터 발송을 도왔던 분도 로메로하우스에서 5년 이상 자원봉사를 해오신 분이었어요.

 


[월요일 오후요가 수업




매주 월요일 저녁 5시에는 요가수업이 있어요. 이 수업에는 주변에 사는 난민들과 시민들이 참여하고 인턴들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한 시간 동안 요가를 하고 나니, 그간 쌓인 피로가 녹는 것 같더라고요. ;)



[월요일 저녁M의 두번째 생일파티



 오늘은 기니에서 온 M의 생일파티!  같은 하우스에 거주하는 이들이 음식을 준비해왔고 신나는 파티가 시작되었어요.



  


렛잇고가 흘러나오자 나오자 흥분한 아이들 ㅋㅋㅋ 다들 열정적으로 춤을 췄답니다. 


 


여자아이들은 생일선물로 준 점토에 아이싱크림과 초코가루를 뿌려 쿠키를 만들었어요. 그 모습을 본 니콜은 ~ 너무 멋지다라고 하면서, '그 점토를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겠지만'이라고 덧붙였죠.ㅋㅋ 그렇게 그치지 않는 웃음 소리와 함께 밤이 무르익었답니다. ^^





3일간 로메로하우스 인턴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난센과 로메로하우스의 활동이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근본적인 이유는 캐나다와 한국의 난민지원제도가 다르기 때문이었어요. 캐나다는 난민인정자의 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데요, 매년 인구의 일정 비율만큼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난민의 쿼터가 정해지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되는 비율도 높거든요.


또한 난민신청을 하면 정부로부터 매월 일정 금액의 생활비와 주거비가 지급이 되는데요, 미혼인 경우 주거비로 매월 300달러 정도가 제공되고, 6인 가정인 경우 750달러 정도가 제공된다고 해요. 또 이 외에 약간의 생활비가 나오고 푸드뱅크와 퍼니처뱅크에서 음식과 가구가 제공된답니다. 로메로하우스에 오는 난민들은 정부로부터 받는 주거비를 매월 로메로하우스에 지불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난민들이 일방적인 수혜대상이 되지 않고 스탭들과 평등하게 관계맺는 것이 가능했어요.


난민을 지원하는 단체의 수가 많고, 제도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보니 로메로하우스의 인턴은 소수의 난민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정착을 주로 지원하고 있었어요. 난민신청단계에서부터 변호사들이 법률지원을 담당하기에, 로메로하우스의 인턴들이 컴패니언의 자료 조사나 증거자료 번역들의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 업무량이 많지는 않았고요. 정책개선과 난민인정절차에 주력하는 난센 인턴의 업무와는 정말 달랐답니다.


처음에 로메로 하우스를 볼 때 정말 이상적이고 좋은 곳으로만 여겨졌는데,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곳이다 보니 그 나름의 어려움도 있더라고요. 스탭들 사이에 미묘하게 갈등이 생길 때가 있었고, 개인의 시간과 업무시간을 분리하는 데서 오는 문제도 있어보였구요.

로메로하우스에 머무는 시간 동안, 캐나다와 다른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커뮤니티 기반의 난민지원에 가능할 지 고민이 되었답니다. 그 고민이 바로 난센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과정일테지요. ^^




다음화에서는 로메로하우스의 설립자 Mary Jo Leddy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


   


Posted by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