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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월담후기] 10월, '시리아 그리고 쿠르드'를 만나는 시간


1.쿠르드를 위한 시간


  2014년 10월 24일 저녁 6시 30분 현재. 여기 서울NPO지원센터 2층 '주다'라는 공간에 스무명 남짓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오늘 이 곳에서 '알파고 시나씨'씨의 특별한 강의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지한통신사의 한국특파원이며, 외교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알파고씨는 한국인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있는 쿠르드인 칼럼니스트입니다. '시리아 그리고 쿠르드'라는 10월 월담 주제로 쿠르디인 알파고씨께서 강연해주시게 된 것입니다. 특강 시작에 앞서 김성인 사무국장님이 환영인사를 나누셨습니다. 동시에 난민인권센터가 하는 일과 한국의 난민현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셨습니다.  





 알파고씨는 참석자들에게 자기소개를 짧게 부탁했습니다. 쿠르드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부터, 예술가, 직장인, 난센 회원, 그리고 난민인정을 받은 줌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참석자 대부분로부터 그동안 'ISIS, 시리아 내전' 등 에 대해 뉴스와 신문을 주의깊게 살펴보신 분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10월 월담, 알파고씨의 강의는 뜨거운 기대와 열정속에 시작되었습니다.  


  알파고씨는 고향으로부터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으로 강의의 첫 문을 열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아저씨의 막내 아들이 무장세력에 가입하고 ISIS와 전쟁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알파고씨가 아는 또다른 동생도 ISIS와의 교전에서 전사했다고 하니, 언론을 통해 듣던만큼 쿠르드인은 이번 내전에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쿠르드족은 현재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지에 퍼져 살고 있습니다. 알파고씨에 따르면, '맷 제국'에 대한 기록이 쿠르드인의 시초라는 것이 여러 역사학자의 공통된 주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인 중에는 맷제국의 깃발을 '쿠르디스탄'을 상징하는 기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독립국가 수립보다 자치권확보에 만족하거나 민주주의 확산에 더 집중하자는 의견을 가진 쿠르드인도 있다고 합니다. 

 

  쿠르드인의 기원을 추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살라딘 에유비입니다. 영화 '킹덤오브헤븐'의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에유비가 활약했던 시절이라고 합니다. 그는 유럽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해 현재 이집트지역을 시작으로 홍해주변을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왕국을 건국했습니다. 알파고씨는 옛 선조 에유비왕의 행적처럼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쿠르드인의 사고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사실 쿠르드인은 '쿠르드'라는 이름으로 나라를 세운 적이 없다고 합니다.

 


출처 : 위키디피아

 

  그렇다면, 왜 지금에 와서야 쿠르드인 독립국가가 이슈가 되는지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강연자는 1차세계대전때, 프랑스 등과 맞붙은 오스만제국에 대한 이야기로 답을 해주었습니다. 오스만제국시절에는 각 지역마다 모두 현지인(거주하는 민족)을 고용하여 통치했으나 유럽국가에 패한 뒤로, '쿠르디스탄' 지역이 4개로 분할점령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로, 이슬람사원의 이맘이었던 무스타파 바르자니가 쿠르드 분리독립운동을 최초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치와 독립을 요구하는 투쟁은 국경선보다 더 복잡하게 쿠르드인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쿠르드 자치구에도 이데올로기적인 대립으로 크게 두 세력으로 쿠르드인이 나뉩니다. 천만 명 이상의 쿠르드인이 살고 있는 터키 지역의 쿠르드인 정치지도자와 시리아 지역의 쿠르드 정당 지도부의 동상이몽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쿠르드인의 일부(약 4백만명)만 살고 있는 이라크 자치구만이 독립국가로 수립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알파고씨는 지적했습니다.  

 

 

 

2.ISIS는 어떤 조직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 

 

  알파고씨의 이야기는 흘러흘러 어느덧 ISIS(아이시스)로 이어졌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지부터 고민되는 조직, 수니파 이슬람 단체라 알려진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입니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국가'라는 의미가 배제된 다른 표현으로 아이시스를 지칭한다고 하네요. 아이시스를 알기 위해서는 '알카에다'를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알파고씨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세력과 소련이 전쟁을 벌었던 냉전 말기를 알카에다의 등장 시기로 꼽았습니다. 그 후 보스니아, 아제르바이잔, 체첸 등지에서 활동한 무장세력을 사담후세인이 지원하며 이라크 지역으로 받아주었고, 그 중 일부가 시리아로 유입되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극수니파로서 잔인한 행적을 일삼다가 알카에다에서 제명되어 '알카에다'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ISIS로 새로이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현재 시리아 및 이라크 상당한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며, 얼마전에는 이라크의 모술지역 점령했다고 합니다.




Isis fighters parade through Raqqa is Syria. Photograph: AP



  그러나 알파고씨는 아이시스의 행보가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슬람원리주의를 표방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에는 적대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게다가 아이시스는 대부분 청소년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조직원 전부가 이슬람 신자도 아니라는 것이 알파고씨의 의견입니다. 터키에서는 '아이시스는 순수한 이슬람이 아니며, 함부로 가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방송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알파고씨는 각국에서 다양한 사유로 모여든 조직인 만큼 아이시스의 정체성은 매우 혼잡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여러가지 질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터키 정부의 의도에 대해 알파고씨는 '터키야 말로 오스만제국처럼 많은 이슬람 형제들을 수용해야 한다'라는 의식에 입각한 정치적 또는 대외홍보적인 목적이 강한 행보라고 평했습니다. 아이시스는 중동 세력을 재편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계략이 아닐까하는 음모론에 대해서도 질문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슬람신자들은 아이를 많이 나아서 한국 사회를 지배하려 한다, 이슬람신자는 호전적이다 등' 알게모르게 우리 안에 있는 편견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알파고씨는 전쟁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코란에 적혀있으며, 특히 인권침해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고 답해주셨습니다. 터키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식민지를 거치면서 극단적인 원리주의자들이 나타났지만, 기본적으로 이슬람 교리는 생명을 중시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10월 월담은 이렇게 쿠르드와 아이시스,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알파고씨와 참석자분들께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지도출처 http://kurdistan.tistory.com/74(블로그:쿠르드여행자)

사진출처 http://www.theguardian.com/world/2014/jun/16/terrifying-rise-of-isis-iraq-execu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