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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난민신청 과정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



안녕하세요! 

9기 활동가 류은지입니다. 3월에 시작한 난센에서의 생활이 벌써 2개월이나 흘렀네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안 난민분들을 만나며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ㅁ*

그리고 지난 월요일에는 처음으로 난민분과 동행하여 난민실에 방문하게 되었답니다!!





                                           [이 건물이 바로 난민실이 있는 곳이랍니다]



사실 저도 난센에서 일하기 전엔, 업무가 어떻게, 어디에서 이루어지는 지 전혀 알지 못했는데요.



난민 인정절차는 


 


이렇게 3단계로 진행됩니다. 

처음 한국에 입국해서 서울출입국관리 사무소에 ‘저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십시오’라고 신청하는것이 난민신청이구요, 

불인정되어있을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어요. 

이의신청마저 기각될 경우에는 행정법원에서 난민불인정처분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해야한답니다. 

-끔 복잡하죠? @.@



난센은 각각의 단계에 필요한 것들을 도와드리는데, 난민신청단계에서 찾아오시는 분들께는 보통 진술서를 작성하고 증거를 찾는 과정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박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난민의 경우 진술서의 논리적 일관성이 난민인정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거든요. 게다가 난민 분들은 박해의 경험으로 인해 기억을 혼동하시고, 논리적으로 모순된 진술을 하기 쉽기에, 난센은 이런 분들이 경험을 정리하고, 일관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린답니다. 신청서작성이 끝나면 난민실에 찾아가 접수하는 과정을 안내해드리고 있구요.



이번에 제가 특별히 난민실까지 동행하게 된 이유는 난민분이 겪으신 사안이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난민신청과정에서 보호가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난민업무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주관하고 있어요. 건물 앞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리니 엘리베이터 문 앞에 이미 몇몇의 외국인 분들이 와계시더라구요. 난민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무실에 두 곳의 접수대가 있었고, 각각의 접수대에는 대기번호가 표시되고 있었답니다. 접수대 바로 뒤쪽에는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 옆에는 앉아서 기다릴 수 있도록  의자가 놓여있었답니다.









저희는 들어가자 마자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아서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많은 분들이 앉을 곳이 없어서 문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계셨고, 단 두 분이 이 많은 난민들의 신청을 받고 계셨어요. 보통 난민분들은 신청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시거나, 작성하더라도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접수를 받는 분들이 몇가지 질문을 물으시는데, 신청하는 사람도, 신청받는 사람도 참 힘들겠더라구요.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접수대와 대기공간이 너무 붙어있어 다른 신청자들의 이야기가 쉽게 들린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제가 동행했던 분은, 자신의 사유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걸 원치 않으셨던 상황이었는데,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접수하는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왔는지를 들을 수 있었어요. 신청서는 Part A, B, C 로 나뉘는데요. Part A에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Part B에서는 박해사유를 간략히, Part C에서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진술을 하도록 되어있답니다. 진술서에 자세한 사유를 적더라도, 짧은 시간에 진술서를 다 파악하지 못하시는 한계로 인해 접수하시는 분들은 앞부분만 보시고 질문을 던지시기도 해요. 예를 들어 타국에 이주해 살다가 본국에 돌아온 경험이 있을 때, 뒤의 진술서에 그 과정을 상세히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앞부분만을 보시고 왜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왜 본국에 돌아오게 되었는지 등을 구두로 질문하셨어요. 그러면서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을 모두에게 들릴 수 있을 만한 목소리로 몇 번이나, 어떤 방식으로 경험했는지를 물으셨어요.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난민에게 있을 수 있는 트라우마나 수치심 등의 정서적인 부분은 고려되지 않고 있는것 같더라구요. 몇 가지 질문은 제가 대신 대답했는데, “왜 이주했나요?” 라는 질문에 “성폭행 등의 박해로 인해 이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라고 대답하면서, 만약 이게 저의 사유라면 이 질문에 답하기가 굉장히 힘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만약 제가 성적인 폭력으로 인해 한국에 와서 난민신청을 하는데, 뒤에 수많은 남자들이 있는 공간에서 “강간으로 인해 본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만약 동성애로 인해 본국 사람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했는데 “동성애로 인해 마을사람들에게 박해를 받아 떠나왔습니다”라고 대답해야한다면 마음이 어떨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전혀 괜찮을 수 없을 일을 이들에게 너무 당연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의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이거나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인해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어 본국을 떠나 있는 사람들을 의미해요. 그렇기에 그들의 정서적 상태를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만 하구요. 또한 자신의 사유가 알려진다면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위협이 되거나, 한국에서의 박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에 개인 정보보호가 너무나도 중요한데도 난민접수과정에서는 그러한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었어요.



누군가를 대하는 가장 기본 자세는 우리가 받고자 하는 대로 그들에게 주는 것인데 

이 땅에 보호를 요청하러 온 그들을 단순히 도움을 주어야할 대상으로만 생각할 뿐 

누군가의 아빠이고,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딸인, 

감정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어요.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매뉴얼로 할 수 없는 인격적인 과정임을 다시한 번 배우며,

난민신청을 무사히 마치고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난민실을 떠나왔답니다.